2024-04-16 09:32:56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유백온 편: 제2회 주원장에게 책략을 내다

(사진설명: 유백온 기념관 일각)

제2회 주원장에게 책략을 내다

주원장(朱元璋)은 유백온(劉伯溫)을 만나자 깜짝 놀랐다.

“어허~ 나는 유백온이 선비출신이라 얼굴이 희고 거동이 우아하며 점잖고 예의 바를 줄 알았소. 그런데 이렇게 수염투성이라니? 구레나룻이 얼굴을 덮고 눈은 표범처럼 둥글고 두 눈썹은 검과 같은 모습이 용맹한 장군 같구려. 어디 책사 같은 데가 있소? 분명 장군이구만.”

주원장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예의와 격식을 차려 유백온을 맞이해서 자리에 앉게 했다.

“오래전부터 선생의 명성을 익히 들었소. 선생이 이렇게 나를 보좌하러 오니 참으로 귀한 보물을 얻은 듯 심히 흐뭇하오. 오늘 한 가지 물어볼 일이 있으니 사실대로 대답해주시오.”

유백온은 이마가 넓고 두 눈이 움푹 들어가고 아래 턱이 주걱 같은 주원장의 생김을 보고 혀를 두르며 예의를 갖추어 대답했다.

“국공(國公)께서는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아는 것이라면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소명왕(小明王)을 배알할 때 다른 사람들은 다 무릎을 꿇는데 유독 선생만은 꿋꿋이 서서 예를 행하지 않았소. 무슨 이유요? 선생은 설마 우리가 대송(大宋) 정권을 인정하고 용봉연호(龍鳳年號)를 받들어 모시는 것을 모르시오? 내 이 오국공(吳國公)도 소명왕이 책봉한 것이고 하물며 나도 그를 배알할 때 무릎을 안 꿇을 수 없소.”

주원장이 예상했던 질문을 하자 유백온은 서두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한림아(韓林兒)는 어린 애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제가 왜 그를 배알해야 합니까? 곽(郭) 총수께서 세상을 뜨셨으니 국공께서는 스스로 왕이 되셔야 하는데 한림아를 소명왕으로 모시고 용봉정권을 인정하고 그의 책봉을 받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아주 가소롭습니다.”

주원장이 미소를 머금고 머리를 끄덕이는 것을 본 유백온이 말을 이었다.

“어제 하늘의 움직임을 보고 하늘의 명이 바로 국공 한 사람에게 내린 것을 알았습니다. 국공께서 빨리 왕위를 정하지 않으시면 여러 부장(部將)들이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을 바라게 될 것입니다. 꼬마도 명왕이 되는데 자신들이라고 안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대신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민심이 흩어지게 됩니다.”

그러지 않아도 소명왕 한림아라는 꼭두각시를 제거하려는 마음이 있었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주원장은 유백온의 말을 듣고 결심을 내렸다. 주원장이 말했다.

“선생의 말에 일리가 있소. 선생의 뜻을 따르겠소.”

주원장이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따르자 유백온은 깊이 감동되었다. 주원장이 자신을 진정으로 군사(軍師)로 대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뒷이야기지만 지정(至正) 26년(1366년) 12월, 주원장은 부장 요영충(寥永忠)을 서주(徐州)에 파견해 한림아를 응천부로 청해 오게 했다. 도중에 과보(瓜步)를 경유하다가 요영충은 주원장의 비밀명령에 띠라 잠든 한림아를 포박해서 강물에 던졌다. 이로써 용봉정권은 막을 내렸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주원장은 유백온이 하늘의 명이 자신에게 내렸다고 말하자 흐뭇해서 말했다.

“회우(淮右)에서 시작해 장강(長江)을 넘은 후 세력이 많이 장대해지고 정세의 발전도 빠르지만 우리 세력범위는 강회(江淮) 일대에만 국한되어 있소. 지금 동쪽에 장사성이 있고 서쪽에 진우량이 있는데 모두 강적이고 삼자의 세력이 균등하오. 조금만 잘못하면 우리는 소멸될 위험에 직면해 있소. 지금 많은 무장들이 물산이 풍부한 소주(蘇州)와 태호(太湖) 일대를 차지한 장사성을 먼저 공격해 살 찐 땅을 탈취해서 우리의 땅을 넓히고 우리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인정하오. 그리고 나서 기회를 봐서 진우량을 공격해야 한다고 하는데 선생은 어떻게 보시오?”

“장사성은 자신의 살 찐 땅에만 안주해 스스로 오왕(吳王)을 칭했습니다. 삼국(三國) 시기의 손권(孫權)을 본받아 동오(東吳)를 차지하고 그 곳에 안주하려는 장사성은 큰 우환이 아닙니다. 하지만 진우량은 다릅니다. 그는 한(漢) 나라를 세우고 황제라 칭하고 장강의 상류에 위치해 강서(江西)를 차지함은 물론이고 호광(湖廣) 일대로까지 확장하면서 가끔 우리 강회일대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의 야망은 먼저 우리를 소멸한 다음 장사성을 먹어서 천하를 통일하는 것입니다. 진우량은 우리의 가장 큰 위협이자 가장 큰 우환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먼저 진우량을 소멸해야 합니다. 진우량을 멸하면 장사성은 고립무원에 빠지고 세력이 약해져 손쉽게 멸할 수 있습니다. 그 때면 강남이 평정되어 더는 뒷걱정이 없게 되고 전력을 다 해 중원(中原)으로 가서 천하를 통일할 수 있습니다.”

주원장은 크게 놀라며 감탄했다.

“선생의 책략을 들으니 제갈량의 융중대책(隆中對策)을 듣는 듯하구려. 선생은 참으로 다시 태어난 제갈량, 나의 장량(張良)이시오!”

“책략은 확실히 중요합니다. 무릇 일은 전반적으로 감안해야 합니다. 높이 서서 멀리 내다보고 미래를 예시해야 큰 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재작년에 휘주(徽州)를 점령한 후 현지의 유지인 주승(朱升)이 담을 높이 쌓고 식량을 많이 저장하며 왕이 되는데 서두르지 말라고 말했소. 그런데 지금은 정세가 변해서 진우량은 한왕(漢王)이고 장사성은 오왕(吳王)인데 나만 오국공(吳國公)으로 남아 있소. 그러니 지금 진우량과 결전을 벌이는데 우리가 기세에서 뒤지지 않겠소?”

“진우량을 멸하고 나서 왕으로 칭해도 됩니다.”

주원장은 과연 유백온의 말이라면 모두 그대로 따랐다. 주원장은 이렇게 충고나 의견을 겸허하게 잘 받아들였기에 짧은 몇 년 안에 일반 병사로부터 한 지역을 차지한 오왕이 되었고 궁극적으로 천하를 통일한 명(明) 왕조의 개국황제가 될 수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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