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7 10:16:37 출처:cri
편집:李仙玉

[비하인드 스토리] 이시진 편: 제2회 백초를 맛 보는 遊醫

(사진설명: 이시진의 석상)

제2회 백초를 맛 보는 遊醫

서산에 붉은 해가 걸리고 마른 풀이 바람에 사락거렸다. 서풍이 부는 옛 길의 경치는 스산했다. 이시진(李時珍)과 제자 왕광화(王廣和)는 광주리를 지고 오솔길에서 종종 걸음을 했다.

왕광화가 입을 열었다.

“스승님, 우리 빨리 잠 잘 곳을 찾아야 해요. 이제 해가 지면 곧 어두워 질 텐데 여기는 산중이라 늑대가 있을 수 있어요.”

이시진이 웃으며 말했다.

“산중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구나. 우리 오늘 낡은 사당에서 자야겠다.”

왕광화가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사당이 어디 있어요?”

이시진이 손으로 숲 너머로 보이는 건물 지붕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지 않느냐?”

왕광화가 신나서 달려갔다가 돌아와 말했다.

“네. 있어요. 관제묘예요! 좋아요. 오늘 밤 늑대에게 먹히지는 않겠어요!”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낡은 사당에 들어가서 몸에 지녔던 건량을 먹고 찬 물을 마셨다. 그랬더니 추운 느낌이 들어 마른 나뭇가지로 향로(香爐)에 불을 지피고 불을 쪼였다. 왕광화가 또 말했다.

“스승님, 그렇게 편안한 어의도 그만 두고 이렇게 고생을 하시다니요.”

“사람마다 모두 자신의 취미가 있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신나는 거다. 우리 아버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과거 우리 가문은 자자손손 의사인데 나더러 벼슬을 하라고 하시지 않았겠느냐? 내가 14살 때 수재(秀才)에 급제하니 그렇게 좋아하셨어. 마치 아들이 집안을 바꾸어 더는 미천한 직업에 속하는 의사에서 벗어나게 할 줄 아셨나 봐. 그런데 내가 팔고문(八股文)을 너무 싫어해서 과거시험을 볼 때마다 팔고문의 격식에 따라 문장을 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쓰는 바람에 번마다 낙방했지 뭐야. 대신 나는 의술에 취미가 있어서 집에 있는 의서란 의서는 다 읽었다. 특히 약서(藥書)를 좋아해서 매일 후원에 약초를 심고 약초 맛을 보며 후원을 백초원(百草園)으로 만들었다.”

“그럼 스승님께서는 후에 어떻게 아버님의 허락을 받으셨어요?”

왕광화의 물음에 이시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벼슬할 재목이 아닌데 허락 안 하시면 무슨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 아버님께서는 ‘어진 재상이 되지 않을 바에는(不爲良相) 차라리 훌륭한 의사가 되라(便爲良醫)’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셨다.”

“스승님께서는 아버님의 소망을 들어드리지 못하셨지만 큰 도련님이 진사(進士)에 급제해 현령(縣令)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스승님 아버님께서 소망을 이루셔서 저승에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나의 그 아들은 벼슬할 감이 맞아. 너의 사모가 잘 가르친 덕분이다!”

이시진은 사당 밖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마른 나뭇가지를 향로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뜻하는 바가 있는 법이다. 지금 내 아들이 벼슬을 하니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도 소원성취하셨고 너의 사모도 아들로 인해 존귀하게 되었으니 나도 기쁘다. 이제부터 나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마음 놓고 <본초>를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왕광화가 감탄했다.

“이렇게 고생하시며 산중을 다니시는 스승님을 누가 현령나리의 영감님으로 보겠어요? 스승님께서는 우리 고향에 만다라(曼陀羅)가 없고 고서에도 기록이 되어 있지 않는데 이 약초가 사람을 흥분시키기도 하고 마취시키기도 한다는 걸 아시고는 이 약초를 <본초>에 기록하려고 불원천리 이 곳 북방으로 오지 않으셨습니까? 만다라 줄기와 꽃을 직접 보시고 약효도 직접 보셔야 한다고 말입니다.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왕광회의 감탄에 이시진이 신음하듯 말했다.

“이번에 북방에 와서 우리 얻은 바가 아주 많다! 만다라는 4,5자 정도 길이의 줄기가 하나 자라고 잎은 가지 잎 모양이며 꽃은 나팔꽃과 같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았느냐? 나는 만다라의 이런 모양을 모두 자세하게 그림으로 그렸다. 그보다도 실험을 통해 분량을 적당하게 맞추면 이 약초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지 않고 짧은 시간 동안 통증을 잊게 하는 마취효과가 있음을 알았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후에 상처 부위를 잘라낼 환자가 있으면 먼저 만다라로 환자의 통증을 멈추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옛말에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만다라로 환자를 마취시키면 참기 힘든 그 아픔을 줄여줄 수 있겠느냐! 고서에는 기록이 없으나 실전된 화타(華陀)의 의서에는 필히 기록되어 있었을 것이다. 화타가 수술할 때 사용한 마비산(麻沸散)이 만다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이시진은 과연 창조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현대의 약학이론으로 보면 만다라 꽃에는 중추신경의 대뇌와 숨골을 흥분시키고 말초신경에 대항하거나 부교감신경을 마비시키는 스코폴라민 성분이 함유되어 이 꽃으로 약용 마취제를 만들 수 있다.

왕광화가 이시진의 말을 받았다.

“네. 우리의 수확이 확실히 대단합니다. 만다라 꽃의 독성을 검사하고 해독방법을 찾을 때 우리는 또 대두가 해독역할을 한다는 고대 의서의 내용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감초를 넣어야 해독할 수 있다는 걸요.”

“이번에 우리는 먼 길을 걸었고 고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는 심지어 맥반석(麥飯石)까지 직접 보았지. 과연 맥반석은 듣던 대로 맛이 달고 성질이 온화하며 독성이 없었다. 돌의 크기도 다양해서 주먹만한 것도 있고 잔이나 호떡 크기도 있었지. 돌의 표면에 콩이나 쌀 같은 반정이 있고 색깔은 황색과 백색이 엇갈린다. 이제 이 맥반석을 <본초>에 기입해야겠다.”

하늘에는 하얀 달이 걸려 있고 밖에서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고요를 깼다.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인생의 꿈과 과학적인 검증, 과학적인 발견을 논하며 관제묘에서 잊을 수 없는 밤을 지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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