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이른 시간부터 일본 방송사들은 일본 정부 관계자 여럿이 어두운 표정으로 스즈키 본사를 찾아 일본 선두 자동차 업체를 현장조사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며칠 전 스즈키 등 일본 자동차 업체 5곳이 테스트 과정에서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번 사건이 일본 자동차 인증제도의 근간을 뒤흔들었을 뿐 아니라 일본 자동차 산업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승인했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 제조업의 버팀목인 만큼 조작 스캔들의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일본 자동차 업체 스캔들이 집중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해 4월 의문의 신고에서 비롯된다. 당시 다이하쓰자동차 내부고발자가 일본 교통당국에 이 회사의 조작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올해 5월 말까지 일본 교통당국의 추가 조사 결과 '다이하쓰 사건'은 일본 자동차 업체 조작 사건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도요타·혼다·마쓰다·야마하·스즈키 등 일본 주류 5개 업체의 38개 모델도 조작에 연루돼 있으며 이 중 6개 모델은 여전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고 위반 차량은 500만 대를 넘으며 조작 항목은 보행자 안전·충돌·에어백·소음·배출가스 등 다양하다.
조작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사과하고, 추후 시정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대형차 업체들의 집단 함락은 일본 사회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5일 "일본 제조는 믿을 만한가?"란 의문을 제기했다.
이밖에 전기차가 급성장하면서 연료차 분야에서 일본 업체들의 큰 강점이 사라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부정 조작은 어제 오늘의 우연이 아니며 자동차 산업만의 현상도 아니다. 2023년 10월 일본의 한 데이터 분석회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일본 기업의 25%에 공금 유용, 부정행위, 규정 위반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으며 그 중 32.7%는 제품 품질 위반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장인정신'으로 유명했던 일본산이 잇따른 부정 조작 스캔들로 그 빛을 잃었다. 그 배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일본의 제조업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은 위기의식이 부족했고 현실에 안주하며 필요한 혁신과 개혁을 꺼리게 되었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태도는 기업으로 하여금 신기술과 새로운 시장에 직면해 반응이 더디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 일본 기업의 내부 제도 경직성과 지배구조 무력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또한 표준 제정, 감독 검사, 처벌 메커니즘 등 분야에서 일본 감독관리 부처의 부족점으로 일부 기업은 규제와 처벌을 쉽게 피할 수 있었고 부정 대가 비용도 객관적으로 줄었다.
이밖에 관련 인재 부족 또한 일부 기업으로 하여금 위험을 무릅쓰게 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생겼다. 한때 일본 기업이 제조업 기술을 독차지했었지만 최근 몇 년간 기업의 혁신 정신이 부족해 기술 우위도 점차 상실되었다.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기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당한 방법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잦은 부정 조작 사건은 일본을 성스러운 '신단(神壇)'에서 추락시켰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더 이상 남과 자국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깊이 반성하고 전방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뉴욕타임스'가 논평을 통해 지적했듯이 일본 국민과 세계 각지 소비자들은 문제가 완전히 해결돼 자동차가 더 안전해지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