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아름다운 장정)
중국의 유명한 고성(古城) 시리즈 중 예순 한번째는 아름다운 산의 도시 장정(長汀)이다. 뉴질랜드 작가 레위 앨리(Rewi Alley)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의 도시는 호남(湖南)의 봉황(鳳凰)과 복건(福建)의 장정(長汀)이라고 말했다.
고요한 돌길, 예스러운 성문, 아늑한 골목, 백 년의 노포, 열정적이고 순박한 객가인(客家人)이 모여 정강(汀江) 기슭의 아름다운 보석인 장정을 그린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온 세상을 다 돌아다녀도 여전히 장정을 잊지 못한다.
정주(汀州)라 불리기도 하는 장정은 정강 상류의 산중에 위치해 ‘세 갈래 시냇물이 한 갈래 강물을 이루고 천 개의 산이 한 도시를 둘러섰다’고 묘사된다.
(사진설명: 아름다운 장정고성의 일각)
복건성 서부의 산중에 위치한 장정은 복건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잘 보전된 고성이다. 고성을 가로 질러 흐르는 정강은 바람에 날리는 하얀 비단 띠처럼 산의 도시에 율동적인 운치를 가미한다.
바다를 향해 심심산중을 세차게 달리던 정강은 장정에 이르러 큰 바위산이 앞길을 막자 바위산 자락의 동굴입구를 흘러 지나며 둥근 용의 모양을 그려 이 곳은 지명이 용문(龍門)이다.
정강은 용문을 지나며 동굴 앞에 푸른 물결 넘실대는 큰 연못을 만든다. 연못의 주변에 어우러진 푸른 대나무와 다양한 모양의 바위산이 정강과 장정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사진설명: 정강고성의 와룡산과 성벽)
와룡산(臥龍山)이 고성에 우뚝 솟아 있고 강물을 따라 축조된 성벽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는데 동서 양쪽 성벽의 끝은 와룡산 등성이까지 뻗쳐 와룡산의 절반이 성안에 들어와 성안에 산이 있고 산이 성을 품은 도시 특색을 자랑한다.
당(唐) 나라 때 축조한 성벽은 오늘날까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1,000km 길이의 성벽에 세워진 조천문(朝天門)과 오통문(五通門), 혜길문(惠吉門) 등 다섯 개의 성문도 여전히 늠름한 풍채를 자랑한다.
고성의 성벽에 올라 서면 그림 같은 정강고성이 한 눈에 안겨와 마음이 탁 트이고 기분이 즐거워진다. 특히 저녁이면 성벽에 걸린 초롱이 불을 밝혀 몽롱한 불빛이 정강물에 비껴 또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진설명: 장정고성의 고건물)
고성에 들어서면 잘 보전된 상업거리가 성벽을 따라 펼쳐지고 거리의 바닥에는 반들반들한 자갈을 깔았다. 거리의 양쪽에 줄지은 건물은 다수가 목조인데 거리 쪽은 가게이고 그 뒤에는 저택이 위치한 엄밀한 구도를 자랑해 그 속을 거닐면 마치 과거 고성의 번화함이 보이는 듯 하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장정 곳곳에는 사원과 옛 무덤, 옛 성문, 옛 물건, 옛 거리, 옛 건물, 옛 비석, 옛 역참 등 풍부한 문화재가 보석처럼 산재해 풍부하기 그지 없다.
또 장정고성 서문 근처에 위치한 사왕궁(蛇王宮)과 사왕상은 지금까지 완전하게 보존되어 감탄을 자아내고 신석기시대 유적과 상(商)나라 유적, 진(秦)과 한(漢) 유적은 고대 인간이 이 곳에 모여 산 증거로 남아 있다.
(사진설명: 옛 성벽과 고성 성문)
그밖에 장정에는 1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옛 성벽과 그 성벽에 높이 솟은 성루(城樓), 웅장한 규모로 고대 정주(汀州) 팔경에 든 문묘(文廟), 독특한 풍격의 당(唐)나라 사원과 명(明)나라 거리가 있으며 3천 5백여 년 전 상나라 시대의 석기와 채색 도자기, 청동기, 자기 등 문화재도 부지기수이다.
도심의 개원사(開元寺)에는 당나라 때인 700년대에 조성한 우물 ‘팔괘용천(八卦龍泉)’이 있는데 우물의 깊이는 16m에 달하고 상단이 넓고 하단이 좁은 팔괘 모양의 우물은 마치 돌로 쌓은 탑을 거꾸로 지하에 묻은 듯 해서 일명 ‘음탑(陰塔)’이라고도 부른다.
송나라 때인 900년대에 조성한 다른 한 우물 ‘학부음탑(學府陰塔)’은 벽돌로 둥글게 쌓았는데 우물의 깊이가 13.5m에 달한다. 중국에서 보기 드물게 독특한 이 우물의 옆에는 정주에서 더 많은 인물이 나기를 기원해 두 우물을 파게 되었다는 내용을 새긴 비석도 세워져 있다.
(사진설명: 예스러운 천후궁)
장정고성에서 가장 의미 있는 명소가 어디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천후궁(天後宮)을 꼽는다. 고성 조천문 밖에 위치한 천후궁은 넓은 연못의 중앙에 세워진 고건물이다.
송나라 때에 신축한 천후궁에는 마조(馬祖) 신상이 공양되어 있다. 독특한 모양의 본전에는 귀퉁이가 건듯 들린 지붕을 얹고 기둥과 난간에는 정교한 조각을 새겼다.
횡강령(橫崗嶺) 마루에 서서 천후궁을 바라보면 웅장한 고건물이 즐비해 장관이고 주변의 경치 또한 수려하기 그지없다. 천후궁은 연못에 뜬 두꺼비 같다고 해서 일명 ‘합마부당(蛤蟆浮塘)’이라 부른다.
(사진설명: 장정고성의 고건물)
예로부터 교육이 앞서간 장정에는 서원(書院)이 즐비하고 인재 또한 많다. 송(宋)나라에서 청(淸) 나라까지 이어진 과거시험에 합격되어 진사(進士)가 된 장정의 선비는 70명이 넘으며 향시(鄕試)에 합격된 거인(擧人)은 260여명, 명(明)나라와 청(淸)나라 때 제1차 과거시험에 합격된 공생(貢生)은 528명에 달했다.
당나라 재상이자 시인인 장구령(張九齡)과 송나라 때 시인인 육유(陸游), 명나라 때 관리인 마순(馬馴), 청나라 때 관리인 기효람(紀曉嵐)을 비롯해 많은 유명한 인물들이 고전적인 분위기가 다분한 이 곳을 다녀갔다.
그들은 장정의 아름다운 산천과 다양한 풍물을 보고 불후의 시편를 남기거나 혹은 이 곳에서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등 다양한 언행으로 장정에 문화적 무게를 더해주었다.
(사진설명: 아름다운 장정고성)
장정은 복건에서 객가인들이 모여 사는 가장 큰 도시이다. 객가인들은 이 곳에서 정주(汀州)라는 옛 도시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객가문화를 형성하기도 했다.
오늘날 정주성에 위치한 객가박물관과 객가모친원은 중원(中原)지역에서 남하해 정주에 정착한 객가인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고 고성과 객가인들간의 끈끈한 인연을 보여준다.
장정은 첫 눈에 정이 드는 도시는 아니지만 천천히 음미할수록 서프라이즈를 선물하는 곳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러니 장정에서 고요한 골목을 걷고 옛 성벽을 만지며 장정고성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가시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