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아름다운 할빈)
중국의 유명한 고성(古城) 시리즈 중 예순 여덟 번째는 북국 얼음의 도시 할빈(哈爾濱)이다. 할빈은 겨울이면 눈과 얼음, 여름이면 피서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이다.
중국의 지도를 펼치면 흑룡강(黑龍江)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백조를 방불케 하고 할빈은 이 백조의 목에 걸려 있는 보석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흑룡강의 서남부, 송눈(松嫩) 벌판의 동쪽에 위치한 할빈은 지세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아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면서 서서히 낮아지고 아름다운 송화강(松花江)이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할빈을 흘러 지난다.
(사진설명: 할빈 문묘의 설경)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할빈은 종래로 성곽을 쌓은 적이 없는 도시이다. 일찍 2200여 년 전 할빈에는 벌써 인류가 생활했고 1115년 완안아골타(完顔阿骨打)가 회녕부(會寧府)에서 금(金)나라를 세우고 보위에 오른 후 할빈은 수도권에 속하며 점차 도시의 모양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1897년 제정 러시아가 할빈을 중심으로 중동철도를 건설하면서 할빈의 본격적인 도시사가 시작되었고 그때로부터 할빈은 빠른 발전을 가져와 20세기 초반에 국제적인 도시가 되었다.
역사적인 원인으로 할빈의 도시 건물은 중국과 외국의 특징을 한 몸에 융합시켜 할빈 고유의 뚜렷한 특징을 형성한다. 그리하여 할빈에는 극락사(極樂寺)와 문묘(文廟)와 같이 중국의 전통 건물도 있고 세인트 소피아 성당과 같은 이국 풍의 건물도 있다.
(사진설명: 이국적인 중앙대가)
할빈에서 이국 풍의 건물이 가장 많이 집중된 곳은 중앙대가(中央大街)이다. 이 곳에는 모스크바와 로마, 파리, 그리스 등 지역의 특징을 띤 건물이 모여 있으며 이로 인해 할빈은 ‘동양의 모스크바’, ‘동양의 미니 파리’라 불리기도 한다.
1903년 중동철도의 개통과 함께 제정 러시아 동 시베리아 제4 보병사단이 할빈을 침략했다. 제정 러시아는 고향을 멀리 떠난 병사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1907년 ‘세인트 소피아’ 성당을 짓기 시작했다.
오늘날도 중앙대가에 우뚝 솟은 세인트 소피아 성당은 극동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동정교 성당이자 중국에서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비잔티움 양식의 건물이다.
(사진설명: 아름다운 세인트 소피아 성당)
세인트 소피아 성당 건물은 붉은 벽돌로 외벽을 쌓고 본전에는 비잔티움 양식의 둥근 푸른 지붕을 얹었으며 본전에 딸려 있는 주변의 네 건물에는 러시아 특색이 다분한 텐트 모양의 푸른 지붕을 얹었다.
오늘날 세인트 소피아 성당은 할빈의 대표적인 건물이 되었다. 성당의 정문 위에는 종루(鐘樓)가 있고 종루에는 구리로 주조한 7개의 종이 있어 종치기가 익숙한 놀림으로 손과 발을 이용해 7개의 종을 치면 무게 감이 있으면서도 맑은 종소리가 백 리까지 멀리 울려 퍼진다.
할빈과 함께 성장한 중앙대가는 이 도시에서 ‘서양의 분위기’가 가장 짙은 거리이자 중국에서 유명한 보행자 거리이다. 1,450m 길이에 21.34m 너비의 중앙대가 바닥에는 장방형의 큰 돌을 깔았는데 오랜 세월 속에서 거울처럼 반들거린다.
(사진설명: 중앙대가의 야경)
중앙대가를 걸으면 거리의 양쪽에 70여 채의 풍격이 상이한 건물이 줄지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중에는 굵은 돌 기둥 하나에 받들려 있는 로마 양식의 건물도 있고 조각이 정교하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건물, 모양이 심플하고 라인이 분명한 신 예술운동의 산물도 있다.
매일 어둠의 장막이 내린 뒤 검정 페인트를 칠한 촛대식 가로등에서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오면 사람들은 그 순간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간 듯 착각한다.
서구의 건축역사에서 수 백 년 동안 점차 형성된 다양한 건축양식이 중앙대가에서는 짧은 2,30년 동안 건물을 통해 보여지게 되었다는 것은 세인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일이다.
(사진설명: 중앙대가의 야경)
사람들은 할빈의 중앙대가는 런던의 리젠트 거리,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베를린의 운터덴 린덴로, 도쿄의 긴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극동의 구미문화센터라고 말한다. 이로부터 중앙대가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할빈은 또 중국혁명전통을 보유한 도시이기도 하다. 주은래(周恩來), 유소기(劉少奇), 양정우(楊靖宇), 조상지(趙尙志), 이조린(李兆麟) 등 혁명가들이 선후로 이 곳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혁명 유적을 남겼다.
그 중에는 중국공산당 만주성(滿洲省) 위원회 기관 유적지와 항일연합군 제3군단, 제6 군단 기지 유적지, 중국공산당 북만(北滿) 지국 유적지, 동북민주연합군 전선지휘부 유적지, 이조린 장군의 무덤 등 혁명유적들이 망라된다.
(사진설명: 할빈 빙설축제의 밤)
할빈에는 또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보존된 세균공장 유적, 즉 일본 ‘731’부대 본부 유적지도 남아 있다. 731부대는 전문 세균무기를 연구하고 생산하는 악명 높은 부대였다.
이 곳에서 일본군은 생체실험을 통해 여러 가지 병리(病理)를 연구하고 세균실험을 진행했으며 생체해부와 냉동실험도 감행했다. 현재 본부빌딩과 사방루(四方樓) 등 특설 감방, 냉동실험실, 무기고, 시신소각보일러, 세균지하 저장실 등 유적이 남아 일본군의 범죄를 증명한다.
시베리아 한랭전선의 영향과 중온대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할빈은 겨울이 아주 길고 기온도 아주 낮다. 그 중 1월이 가장 추워 평균 기온이 -19.4 °C에 달한다.
(사진설명: 태양도 눈 박람회의 일각)
할빈에는 겨울이면 또 눈이 많이 내려 명실공히 ‘얼음의 도시’이다. 겨울과 달리 여름이 되면 위도가 높은 할빈은 가장 더운 7,8월 평균 기온이 22.3°C에 달해 피서의 도시로 변신한다.
할빈은 세계적으로 빙설문화 발상지의 하나이다. 할빈의 빙설자원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할빈 빙설축제’에는 얼음으로 만든 산이 숲을 이루고 얼음으로 조각한 은빛의 등불이 조명을 밝혀 몽환적이다.
중국에서 눈 조각예술의 발원지로 인정되는 태양도(太陽島) 눈 박람회는 할빈 빙설관광 최대의 핫라이트이다. 해마다 개최되는 눈 박람회는 60일~70일간 지속된다.
(사진설명: 할빈 빙등예술 박람회 현장)
이 때 태양도의 박람회 현장을 찾으면 품질이 높고 내용이 새로우며 규모가 크고 취미성이 강한 다양한 눈 조각 작품이 즐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빙설 카니발’을 즐길 수 있다.
할빈은 또한 빙등(氷燈) 예술의 발상지이다. 1963년에 시작된 할빈 빙등예술박람회에서 7가지가 기네스 북에 등재되었다. 현재 할빈 빙등예술박람회는 세계적으로 역사가 가장 유구하고 규모가 가장 큰 실외 빙등예술 전시회로 부상했다.
그리고 할빈은 겨울이면 동계 경기대회와 같은 많은 계절 행사를 주최해 할빈의 빙설문화에 세계적인 색채를 가미한다. 북국 얼음의 도시 할빈이 더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