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육우 문화원 일각)
제2회 배움으로 차의 효능을 발견하다
육우는 참으로 못생겼다. 코가 납작하고 눈이 작으며 입은 뇌공(雷公)의 입처럼 컸다. 거기다가 육우는 말도 더듬었다. 이런 외모로 어떻게 춤과 노래를 팔겠는가? 하지만 그는 타고난 어릿광대였고 어느 극단이든 관객을 웃기는 어릿광대가 필요했다. 하물며 육우가 극단에 합류하면서 극단은 유명세를 탔고 어디서 공연하든 육우는 항상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쳤다.
그 동안 공부를 멈추지 않은 육우는 창작도 해서 항상 익살스러우면서도 기지가 넘치는 언어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다. 그는 늘 혼자서 작가와 감독, 배우를 다 맡아서 1인 다역으로 공연했고 공연할 때마다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경릉 태수(太守)가 선비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모임을 준비하던 아전이 급히 육우를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이번에 태수께서 모임에 나오시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문인들이니 공연을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필히 선생이 몸소 글을 쓰고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하여 주십시오.”
“왜 꼭 그래야 합니까?”
“선생의 글은 저속하지 않고 익살스러우면서도 기지가 넘쳐 선비들이 좋아할 것입니다.”
“하지만 글을 모르는 시골사람들도 나의 공연을 즐겨 보는데요!”
“그러니 선생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어떤 사람을 보면 어떤 노래를 부르고 그에 맞는 말을 하니 누구나 다 선생의 공연을 좋아합니다!”
그 말에 육우는 즐겁게 웃었다.
당시 당(唐)나라에는 아직 사극이 없어 극단은 노래와 춤, 서커스 외에 단막극이나 대담을 공연했다. 그날 육우는 무대에서 1인 대담을 하면서 미묘한 몸놀림까지 곁들였고 가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육우의 공연에 태수 이제물(李齊物)은 감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로 귀재로구나! 진짜로 말을 더듬는데 거짓으로 더듬는 것처럼 꾸며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구나. 정색한 얼굴로 우스갯소리를 해서 사람들은 박장대소하는데 자신은 태연스럽게 시치미를 때는구나. 또 글은 그렇듯 우아하고 이야기는 아주 재미 있으며 노래도 너무 듣기 좋다. 고대의 우맹(優孟)과 우전(優旃)의 재능도 이 정도밖에 되지 아니하겠는가?”
춘추(春秋) 시대 초(楚)나라의 예인 우맹과 진(秦)나라의 예인 우전은 모두 고대의 유명한 배우(俳優)이다.
태수가 현령(縣令)을 불렀다.
“공연이 끝나면 육우를 데려오라.”
어릿광대 분장을 한 채로 불려온 육우는 태수를 보자 급히 무릎을 꿇었다. 태수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 배우를 하기에는 너무 아깝소. 내일 책을 보내주고 또 서찰 한 통을 써줄 테니 화문산(火門山)으로 가서 추부자(鄒夫子)에게서 학문을 배우시오! 당신은 후에 반드시 큰 일을 할 것이오.”
그 말에 육우는 기쁨을 참지 못하며 머리를 조아려 태수의 은혜에 감사를 드렸다.
스님에서 배우가 된 육우는 또 배우에서 은사(隱士)가 되는 화려한 변신을 이루었다. 화문산에 지은 초가집에서 육우는 은사 추부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학문을 시작했다. 육우는 경서를 배우고 시를 쓰는 동시에 고서와 찻잎을 연구하기도 했다.
육우가 차를 연구하기 전에 중국에는 차(茶)라는 한자가 없었고 사람들은 차를 ‘도(荼)’라고 불렀다. 어느 날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육우는 차를 끓여 스승에게 올렸다. 차를 마신 후 스승은 잠깐 눈을 붙이고 육우는 <신농본초(神農本草)>를 읽었다. 육우는 신농씨가 백 가지 약초를 직접 맛 보고서야 후세 사람들에게 어떤 풀이 쓰고 어떤 풀이 달며, 또 어느 풀이 독성을 가지고 어느 풀은 독성이 없으며, 어떤 풀의 성질이 차고 어떤 풀의 성질은 뜨거운지, 어느 풀이 굶주림을 덜어주고 어느 풀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책에는 또 신농씨가 72가지 독을 먹었다가 도(荼)로 해독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을 읽은 육우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말을 더듬지만 육우는 말이 많았다. 그는 기쁨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그 기쁨을 나누고 고통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그 고통을 하소연했다. 또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일을 전했고 다른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찾아가서 권고하면서 밉보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육우가 찻잎이 해독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혼자서 알고만 있을 리 없었다. 육우는 신나서 당장 추부자를 찾아가 더듬더듬 말했다.
“스승님, 제가 한 가지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원래 도(荼)의 잎으로 해독할 수 있었어요.”
육우가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깬 추부자는 육우의 성품을 아는지라 화를 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이아(爾雅)>에 나오는 가(檟)가 바로 도(荼)의 일종이다. 맛은 약간 쓰지만 피를 시원하게 하고 독을 제거하며 약으로 쓸 수 있는 그런 풀이지. <시경·정풍·출기동문(詩經·鄭風·出其東門)>에 나오는 ‘유여여도(有女如荼)’는 여인의 피부가 도의 꽃처럼 하얗고 예쁘다고 형용하는 말이다. <시경·기풍·곡풍(詩經·邶風·谷風)>은 또 ‘누가 도가 쓰다고 했는가(誰謂荼苦)? 나는 냉이처럼 달콤한데(其甘如薺)’라고 도를 가장 쓴 산나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 과거에는 평소에 도를 우린 물을 마시지 않았고 질환에 걸렸을 때만 도를 먹은 것 같다. 또 도의 잎을 끓여서 그 물을 마신 것이 아니라 도의 잎을 산나물로 취급해서 배고플 때 먹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고서에 보니깐 옛 사람들은 도의 잎을 계절에 따라 설(蔎)이나 명(茗), 천(荈) 등으로 분류해서 그냥 서로 다른 약초로 썼었어요. 저는 우리가 마시는 도를 우린 물을 찻물로 이름을 바꾸려구요. 그래야 사람들이 우리가 마시는 차는 질환을 치료하는 쓴 약이 아니라 달디단 음료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스승님, 이렇게 고치면 어떨까요?”
추부자가 미소를 지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나로 말하면 매일 네가 끓인 찻물을 마시는 것이 크나큰 즐거움인데 어찌 매일 약을 마신다고 말하겠느냐?”
말을 마친 추부자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때로부터 찻잎은 환골탈태를 가져와 고유의 가치를 보유하고 차는 중국인들의 첫째 가는 음료가 되었으며 차 문화는 중국인 정신세계의 축소판과 눈부신 중국문명의 중요한 구성부분이 되었다. 청(淸)나라 때까지 해외에 수출된 중국의 상품은 주로 실크와 도자기, 그리고 찻잎이었다. 외국인들은 심지어 실크와 도자기, 찻잎을 중국문화의 부호로 보았다.
육우가 중국문화의 거인으로 불리는 것은 그가 중국의 눈부신 차 문화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