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7 13:03:53 출처:cri
편집:李仙玉

[이청조 편-1] 才女와 詞女

(사진설명: 이청조의 화상)

詞壇의 재녀 이청조

그녀는 ‘연꽃 밭 깊숙이 잘못 들어간(誤入藕花深處)’ 사랑스러움과 ‘살아서 인간세상의 호걸이 되려는(生當作人傑)’ 호방함, ‘처참하여 견디기 어려운(悽悽慘慘戚戚)’ 걱정, ‘사람이 국화꽃보다도 더 여윈(人比黃花瘦)’ 슬픔도 가지고 있었다.

빼어나게 맑은 소녀에서 외로운 노부(老婦)가 되기까지 그녀는 평생의 고통과 행복, 슬픔과 즐거움을 모두 섬세하고 아름다운 사(詞)로 표현했다. 그녀가 바로 문단에 활짝 피어난 꽃 이청조(李淸照)이다.

송(宋)의 여사인(女詞人) 이청조는 행복한 생애의 초반에는 사랑에 관한 많은 사를 써서 완곡하고 정교하며 운율이 아름다운 완약파(婉約派)를 사를 창작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온갖 고생을 다 한 생애의 후반에는 고국을 그리고 나라를 걱정하는 이안체(易安體)를 형성했다.

사단(詞壇)의 재녀(才女) 이청조(李淸照)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才女와 詞女

꿈 같은 동경(東京)성의 번화가 곧 사라지게 되었다. 문단에 활짝 피어난 아름다운 꽃 이청조는 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수심에 잠겼다. 송(宋)나라가 망하고 천하가 혼란에 빠져 유랑하다 강남에 발길을 멈춘 이청조에게 남은 것이란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나라를 잃은 슬픔뿐이었다.

폭죽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경쾌한 음악이 하늘가까지 울려 퍼졌다. 조정지(趙挺之)가 우복야(右僕射)로 승진하고 부재상이 되어 동경부(東京府)의 조씨 저택은 하객들로 붐볐다.

떠들썩한 분위기와 달리 이문(二門) 안에서는 젊은 부부가 금석(金石) 연구에 빠져 시를 읊기도 하고 가끔 소리 내서 즐겁게 웃기도 했다. 두 사람은 태학(太學)에서 공부하는 조정지의 막내 아들 조명성(趙明誠)과 그의 아내인, 예부시랑(禮部侍郞) 이격비(李格非)의 딸 이청조였다.

금슬이 좋은 그들 내외는 애정이 아주 깊었으며 식사 후면 늘 다정하게 나란히 앉아 책 알아 맞추기 놀이를 즐겼다. 산같이 쌓인 책을 가리키면서 어느 이야기가 어느 책의 몇 폐이지, 몇 번째 줄에 씌어 있는지를 알아 맞추는 사람이 먼저 차를 마시는 놀이었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고 기억력도 좋은 이청조가 늘 정답을 맞추어 먼저 찻잔을 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청조는 기쁨에 넘친 나머지 지나치게 거센 동작을 해서 찻잔의 물이 넘쳐나는 바람에 항상 그 사태를 수습하느라 바빴고 오히려 항상 남편이 먼저 차를 마시군 했다.

그날도 책 알아 맞추기 놀이에서 이청조가 이겼다. 조명성이 항복했다.

“이 놀이 그만합시다. 우리 사녀(詞女)님! 당신 기억력이 최고요!”

이청조가 꾸짖는 어조로 말했다.

“사녀라니요? 저는 재녀(才女)에요! 사만 쓸 줄 아는 게 아니라구요.”

조명성이 웃었다.

“사녀에는 사연이 있소.”

“네? 사연이라니요?”

이청조가 놀란 어조로 물었다.

“놀랄 것 까지 없소. 알아 맞출 생각도 말고. 책에는 없는 거니깐. 내가 오늘 그 사연을 말해주지! 그 해 내가 관례(冠禮)를 치르자 부모님께서는 맞선을 준비하셨소. 그런데 그 때 내가 대낮에 꿈을 꾸었는데 백발에 동안의 도사(道士)가 나타나서 ‘언여사합(言與司合), 안상이탈(安上已脫), 지마제초마(芝麻除草麻), 부용개신화(芙蓉開新花)’ 라고 말하는 것이었소. 놀라서 깬 내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아버님께 여쭈니 아버님께서는 한참 생각하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겠소? ‘언(言)과 사(司)를 합치면 사(詞)이고 안(安)자의 윗부분을 벗겨 버리면 여(女), 지(芝)와 부(芙) 두 글자의 윗부분을 없애 버리면 지(之)와 부(夫)가 되니 도사는 네가 장차 사녀(詞女)의 남편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말이오.”

이청조가 놀라서 되물었다.

“정말이에요? 진짜로 그렇게 영검해요? 그런데 저라는 이 사녀를 어떻게 찾았어요?”

“사향을 지니면 저절로 향기로우니(有麝自然香) 굳이 바람 앞에 설 필요가 있겠소(何必當風立)? 우리 두 가문의 어르신께서는 예부(禮部)의 동료이시지 않소? 한 번은 아버님께서 손님을 청해서 함께 술을 나누고 수수께끼를 맞추며 시나 사를 쓰는 모임을 가지셨소.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면 즉석에서 사(詞) 한 수를 지어 읊고 가희가 그 사로 노래를 부르는 모임이었소. 그날 장인 어른께서 약주를 많이 드시고 수수께끼를 알아 맞추지 못하시어 <여몽령(如夢令)>을 읊으셨소.

어젯밤에 성근 비 내리고 세찬 바람 불었는데(昨夜雨疏風驟)

깊이 자고 난 후에도 남은 술 기운 가시지 않네(濃睡不消殘酒)

주렴을 걷고 있는 시종에게 물어보니(試問捲簾人)

해당화는 여전히 피어 있다 하네(却道海棠依舊)

알고 있니(知否)? 알고 있니(知否)?

푸른 잎만 무성하고 붉었던 꽃은 모두 시들었을 것이란 걸(應是綠肥紅瘦).

그리고 가희가 장인 어른의 사로 노래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소. 누군가는 ‘푸른 잎만 무성하고 붉었던 꽃은 모두 시들었을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 녹비홍수(綠肥紅瘦)’가 절창이라고 치하하고 또 누군가는 ‘녹비홍수’가 색깔이 선명하고 강한 대비를 보여 조어의 극치를 자랑한다고 감탄했소! 그런데 한 사람이 ‘이 사는 산뜻하고 절묘하며 조어의 기교가 뛰어나지만 여인의 티가 나서 절대로 이 대인의 작품이 아닐 것입니다’라고 말했소. 그러자 장인어른께서 ‘부끄럽습니다만 이 사는 저의 딸이 쓴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셨소. 그 말에 모두들 혀를 차면서 당신의 재능에 감복했지.”

조명성의 말에 이청조는 얼굴을 붉히며 대꾸했다.

“친정 아버님께서 천기를 누설하셨군요!”

“후에 아버님께서 어머님께 이씨가문의 재녀(才女)가 우리 아들의 사녀(詞女)가 아닐까 싶다고 말씀하셨고 그리하여 당신과 혼인을 하게 되었소. 그런데 당신이 시집을 온 후에야 당신이 사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서예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린다는 것을 알았소. 나는 확실히 당신 보다 못하오. 진심으로 당신에게 탄복하오.”

“함부로 자신을 낮추어 말하지 말아요. 금문석각(金文石刻)에 대한 연구와 조예에서 저는 당신의 발 밑에도 미치지 못하잖아요.”

“당신이 나와 뜻을 같이 해서 고맙소. 당신이 우리 조씨 가문에 시집을 온 후부터 우리가 함께 모은 금석작품과 서예작품이 지금 벌써 방 두 칸에 꽉 찼소. 당신은 내 생명의 보물이고 그 방 두 칸에 가득한 작품은 우리 공동의 생명이오.”

“우리 함께 상국사(相國寺)에 가서 왕희지(王羲之)의 작품을 사던 기억이 나요?”

“물론 기억하지. 그 때 노점에서 서예를 보았는데 날렵한 용이 나는 듯한 기상은 왕희지만 써낼 수 있는 글이었지. 후에 제명을 자세히 보니 과연 왕희지의 서예였고 말이오. 우리는 참 바보스러웠소. 그 노점상 앞에서 그 서예가 왕희지가 쓴 것이라 말했더니 그는 당장에서 1천 전(錢)의 가격표를 떼어버리고 20만 전을 달라고 하지 않았소. 당시 아버님께서는 매 달 우리에게 5백 전의 용돈만 주셨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20만 전을 마련한다는 말이오? 그 때 당신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머리에 꽂았던 금 비녀를 뽑아 그 작품을 샀지.”

조명성의 말에 이청조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집에 돌아오자 누군가 고개지(顧愷之)의 그림 <목단도(牧丹圖)>를 20만 전에 팔겠다고 찾아올 줄을 어찌 알았겠어요? 더 이상 그런 큰 돈이 없어서 그 그림을 사지 못한 우리는 며칠이나 속을 썩였죠.”

“사실 속을 썩일 필요가 없소. 이 세상에 보배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어찌 모두 사들일 수 있겠소?”

그 때 갑자기 밖에서 웃음소리와 떠들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청에 하객들이 모였는데 우리도 글을 써서 아버님의 승진을 축하 드려야 하지 않겠소? 아버님께서 황은을 입으셨는데.”

조명성의 말에 이청조가 대답했다.

“좋아요. 제가 쓸게요.”

말을 마친 이청조는 즉시 선지(宣紙)를 펴놓고 일필휘지했다.

권세는 손 델 만큼 뜨겁지만 마음은 서늘하네(炙手可熱心可寒)

그 글을 본 조명성이 놀란 얼굴을 했다가 곧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참으로 견해가 독특하고 높이 서서 멀리 내다 보는구려. 부침이 잦은 벼슬길에서 누구도 뜻을 이루었다고 의기양양해서는 안되지.”

“이런 때일수록 찬 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어야 아버님께서 자만하시어 즐거움 끝에 슬픔이 오는 일을 당하시지 않죠.안 그래요?”

이청조의 말에 조명성은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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