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아름다운 보정)

중국의 유명한 고성(古城) 시리즈 중 백세 번 째는 연(燕) 나라의 눈부신 도읍 보정(保定)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옛 도시 보정을 노래하는 시가 있다.

“경성(京城) 남쪽의 보정성(保定城) 동쪽으로 물의 고향 백양전(白洋淀)을 이웃하고 서쪽으로 태항산(太行山)과 잇닿아 있네. 남쪽으로 아홉 성으로 통하고 북쪽으로 세 관문을 넘나드네.”

2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정에는 환경이 아늑하고 문화가 풍부한 고련지(古蓮池)와 도심에 자리잡은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관아건물 총독서(總督署) 등 많은 명소가 있어 내외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사진설명: 아름다운 고련지의 일각)

하북(河北)성 중부에 위치한 보정은 북경(北京), 천진(天津)과 삼족(三足)의 정립(鼎立)을 이루는, 한 때 경기지역의 중요한 도시였다. 요(堯) 임금의 고향인 보정에는 최초로 2천여 년 전 서한(西漢) 때에 읍(邑)을 두었고 그로부터 보정은 방어 역할을 하는 중국 북부의 중요한 도시가 되었다.

원(元) 나라 때인 1227년 몽골 행군천호(行軍千戶)이자 보주도(保州都) 원수(元帥)인 장유(張柔)가 이 곳에 군사를 주둔하고 성곽을 축조하고 순천로(順天路)라 불렀다.

당시의 순천로가 오늘날 보정고성의 도시구도와 규모를 기본 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75년 원나라 조정은 당시 ‘연남(燕南)의 대도시’라 불리는 순천로를 ‘원 왕조 도읍 대도(大都)의 안정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보정로(保定路)라고 개명했다.

(사진설명: 웅장한 대자각)

1421년 명(明) 나라가 북경(北京)으로 천도한 후 보정에 주둔한 군사는 수만 명에 달해 보정은 수도의 안전을 보호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다. 청(淸)나라 때인 1669년 보정은 또 하북성의 정치와 군사,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북경 남부의 중요한 관문인 보정은 역대로 군사의 도시였다. 북송(北宋) 때 북부 변경에 위치한 보정에는 수차 요(遼) 나라 군사를 격파한 명장 양연소(楊延昭)를 비롯한 많은 유명한 장군들이 대군을 거느리고 주둔했다.

현재 보정시 당현(唐縣) 마관성(馬關城) 서쪽의 마권산(馬圈山)에는 후세 사람들이 북방의 세 관문을 지킨 양연소의 무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육랑비(六郞碑)가 보존되어 있다.

(사진설명: 웅장한 자형관의 일각)

세 관문을 말하는 삼관(三關)은 거용관(居庸關)과 자형관(紫荊關), 도마관(倒馬關) 등 북경의 서북부에서 하북성 보정을 거처 산서(山西)를 가로지르는 만리장성의 세 관문을 말한다.

당시 북경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시설이었던 세 관문 중 거용관이 북경경내에 위치하고 나머지 두 관문은 모두 보정경내에 자리 잡았고 이로부터 보정의 군사적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명나라 때인 1449년 와라(瓦刺) 부족도 자형관을 통해 북상했고 명나라 후반 이자성(李自成)의 봉기군도 보정을 거쳐 당시의 도읍이었던 북경성을 진공했다.

(사진설명: 우아한 광원의 일각)

보정은 하북에서 유명한 혁명활동의 발원지이다. 의화단(義和團) 운동 때 보정은 한 때 인근 의화단 운동의 중심지였으며 신해혁명(辛亥革命)때는 동맹회(同盟會) 하북지부(河北支部)가 보정에 설립되어 보정의 혁명당들이 북경을 공격하는 전투를 주도하고 경기권 주둔군의 폭동을 기획했다.

보정시 도심에 위치한 광원(光園)은 조곤(曺錕)이 직예독군(直隸督軍)을 담임한 후 지은 숙소건물이다. 중국의 근대사에서 많은 중대한 사건들이 모두 이 곳에서 기획되었다.

1920년의 직환(直晥) 전역과 1922년의 직봉(直奉) 전역이 모두 이 곳에서 작전계획을 세웠으며 봉군(奉軍)의 사령관 장학량(張學良)도 1929년 9월 이 곳에서 진봉(晉奉) 전역과 탁주(涿州) 전역을 지휘했다.

(사진설명: 탑과 보정과 가을)

보정은 군사의 도시만이 아니라 유명한 문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일찍 송 나라 때인 1071년 이 곳에 최초의 관학(官學)인 주학(州學)을 세웠고 명나라와 청나라 때 유학(儒學) 교육이 성행해 부학(府學)과 위학(衛學), 현학(縣學) 등 세 개의 관학이 동시에 보정에 설립되었다.

특히 청나라 후반에 보정에는 서원(書院)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보정은 북방 학술문화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02년 북양군벌(北洋軍閥)을 창립한 원세개(袁世凱)도 보정에서 신군을 훈련시키면서 많은 학당을 세웠다.

그는 선후로 참모학당(參謀學堂)과 측회학당(測繪學堂), 육군속성학당(陸軍速成學堂), 사범학당(師範學堂), 농무학당(農務學堂), 순경학당(巡警學堂)을 세웠으며 보정에 학교사(學校司)를 두고 또 군계학당(軍械學堂)과 법기학당(法紀學堂), 법정학당(法政學堂), 의무학당(醫務學堂)도 세웠다.

(사진설명: 보정육군사관학교 기념관 일각)

당시 고등학부가 10여개에 달하고 보정부립중학당(保定府立中學堂)과 제1공립중학당, 상업학당, 숭실학당(崇實學堂), 직예(直隸)제2사범학당, 성립보습학당(省立補習學堂)을 비롯한 중등학부가 대량 나타난 보정은 ‘학생성(學生城)’이라 불렸다.

보정의 많은 학당 중 가장 영향력이 큰 학교는 후에 육군 예비대학당(豫備大學堂)이라 개명하고 1912년에 북경으로 옮겨간 육군사관학당과 1912년에 세운 보정사관학교라고도 불리는 육군사관학교이다.

중국 근대사에서 최초의 정규적인 고등 군사학교인 보정육군사관학교는 많은 인재를 양성해 중국의 현대사에 심원한 영향을 미쳤다. 1912년 중화민국 건국 후 11년 동안 이 사관학교에서는 도합 6550여 명의 군사인재를 양성했다.

(사진설명: 아름다운 고련화지의 일각)

근대 중국의 정치인 장개석(蔣介石), 중국인민해방군의 장군 엽정(葉挺) 등 중국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많은 군인들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오늘날 이 학교에는 보정육군사관학교 기념관을 세웠다.

보정에는 많은 문화재가 보존되고 도시 곳곳에 많은 명소가 별처럼 산재해 빛을 뿌린다. 도심에 위치한 고련화지(古蓮花池)는 원(元) 나라 때인 1227년 여남왕(汝南王) 장유(張柔)가 조성한 아담한 정원이다.

청나라 건륭(乾隆)제와 가경(嘉慶)제, 자희(慈禧) 태후 등은 경성을 떠나 지방을 시찰할 때 모두 보정을 경유할 때면 이 곳에 거처를 두었다. 고련화지는 물가에 누각과 전각 등을 지어 조화를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설명: 공중에서 본 직예총독서)

수심정(水心亭)과 한록헌(寒綠獻), 조영청(藻咏廳), 수동루(水東樓) 등 12개의 경관으로 구성된 고련화지는 엄밀한 구도를 자랑하고 북방 정원의 특징과 남방 정원의 특징을 두루 갖춘 ‘도심의 별천지’, ‘화북평원의 눈부신 보석’이라 불린다.

명나라 때인 1370년대에 축조한 직예총독서(直隸總督署)는 명나라 때부터 청나라를 거쳐 중화민국 때까지 줄곧 관아로 사용되었다. 부지가 약 2만 ㎡에 달하는 총독서에는 현재 105개의 방이 보존되어 있다.

총독서는 중심선에 주요한 건물을 배치하고 그 양쪽에 대칭되게 건물을 지었으며 건물과 건물은 복도로 연결하고 건물들 사이에 조성된 정원에는 고목이 하늘을 찌른다.

(사진설명: 보정의 아름다운 구도심)

엄밀한 구도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직예총독서는 중국 북방의 대표적인 관아 건물이자 중국에서 유일하게 완전하게 보존된 총독관아 건물이기도 하다.

이 밖에 보정에는 8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대자각(大慈閣)과 600여년의 역사를 보유한 종루(鐘樓), 청나라 후반의 장군 이홍장(李鴻章)이 태평천국(太平天國)을 평정할 때 전사한 군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 회군공소(淮軍公所)도 있다.

오늘까지 완전하게 보존된 옛 거리 동대가(東大街)와 서대가(西大街)는 과거 보정에서 가장 번화한 도심이었다. 오늘날도 예스러운 이 거리에 들어서면 마치 보정고성의 과거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