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7 10:43:31 출처:cri
편집:李仙玉

[곽수경 편-4] 죽는 그 날까지

(사진설명: 곽수경 석상)

제4회 죽는 그 날까지 헌신하다

또 꽃이 피는 봄이 왔다. 86살의 고령에도 곽수경(郭守敬)은 여전히 태사원(太史院)의 일을 관장했다. 대덕(大德) 7년(1303년), 원(元) 조정은 내외 관원 모두 70살이면 정년퇴직이 가능하다는 조서를 발표했다. 조서 발표 당시 곽수경의 나이는 76살이어서 그도 일을 그만 두겠다는 소를 올렸으나 황제의 윤허를 받지 못해 다른 사람은 다 은퇴했는데 그만은 여전히 현직을 떠나지 못했다. 황제는 곽수경이 일을 그만 두면 조정의 손실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서인지 시종 그의 은퇴를 윤허하지 않았다. 조정은 곽수경으로 인해 한림(翰林)과 태사(太史), 사천(司天) 관원은 정년퇴직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일률로 종신제를 시행한다는 별도의 규정까지 발표했다.

노구의 곽수경은 태사원의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듯 뜬 듯 비몽사몽을 헤맸다. 그는 자신이 끝없이 펼쳐진 광막한 벌판의 서하(西夏)에 이른 것을 보았다. 황막한 풀밭에는 길이가 수백 리(里, 1리=0.5km)에 달하는 두 갈래의 수로가 있고 그 주변에 68갈래의 얼기설기한 작은 물길이 나 있었다.

곽수경은 깜짝 놀랐다.

“이건 당래거(唐萊渠)와 한연거(漢延渠)가 아닌가? 전란으로 물길이 끊기고 강바닥에 토사가 쌓여 천 리 곡창이 황막한 벌판으로 변한 걸 나와 장문겸(張文謙) 나리가 언제와 수문을 복원하고 물길을 정비해 얼기설기한 물길이 다시 9만 무(亩, 1무=666㎡)의 밭을 관개하게 하지 않았던가? ”

곽수경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탁 트이며 황막하던 서하가 곡식이 탐스럽게 자라고 푸른 풀이 가득한 변방의 강남으로 변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제야 마음이 흐뭇해진 곽수경이 생각을 돌리자 이번에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노동장면이 펼쳐졌다. 천군만마가 수리시설을 축조하는 현장이었다. 어떤 사람은 땅을 파고 또 누구는 흙이나 돌을 옮기고 있었다. 인부들 속에는 관복을 입은 관리들도 보였다.

“이건 통주(通州)에서 대도(大都)까지의 운하(運河)를 파는 현장이구나. 그 때 식량을 수송하는 선박은 수운을 통해 통주에 이른 다음 대도까지 가는 물길이 없어 인부들이 쌀을 어깨에 메거나 마차로 통주에서 대도까지 수송했지. 그러다가 눈이 내리거나 장마철이 되면 식량수송로가 단절되어 식량은 길바닥에 방치되고 대도성에는 먹을 쌀이 없어 난리도 아니었지. 그래서 나는 백부천(白符泉)의 물을 끌어 들여 운하를 파기로 작심했어. 그런데 대도의 지세가 통주보다 높아 수위차가 40척(약 4m)이나 되지 않겠는가. 나는 골머리를 앓다가 지세에 근거해 24개의 갑문을 만들어 강물이 높은 곳으로 흘러가게 했지. 한가지 기적을 창조한 셈이야. 나는 또 옹산박(瓮山泊)과 적수담(積水潭) 두 호수를 이용해 물량을 조절하고 수심을 통제해 선박의 항행을 도왔지. 다행히 폐하께서 내 계획을 크게 후원하셔서 승상(丞相) 이하의 문무백관(文武百官) 모두 황명으로 운하현장에서 노동에 동참했었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곽수경은 더욱 기뻤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는 운하의 물이 수문을 거쳐 이리저리 굽이를 돌며 높은 곳으로 흘러가는, 그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곽수경은 갑자기 자신의 지기인 왕순(王恂)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렇게 젊었고 얼굴에는 변함 없이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곽수경은 깜짝 놀랐다.

“자네가 세상을 뜬지 어언 30년이 넘었네 그려. 아아, 나는 이제 이렇게 노구가 되어 자네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아마 못 알아 볼거네.”

곽수경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때 자네는 이렇게 말했지. 우리는 새 역법의 지식을 보급해 백성들이 진정으로 <수시력>을 알게 해야 된다고 말이네. 그래야 이름처럼 새 역법이 백성들에게 절기와 농시를 알려 줄 수 있다고. 자네가 우리를 떠난 뒤에도 나는 자네가 한 말을 잊지 않았네. 나는 <수시력>의 내용에 따라 알아 듣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말로 노래를 지었네. 그래서 글을 모르는 농부들도 노래를 부르며 <수시력>의 요점을 기억한다네. 우리가 만든 <수시력>이 진정으로 농경에 도움이 되고 있네!”

젊은 사천관(司天官)이 가르침을 받으러 곽수경을 찾아오니 그는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얼굴에 미소를 띄고 세상을 떠난 뒤였다.

곽수경은 진정으로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한 것이다!

번역/편집: 이선옥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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