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천호의 풀)

나는 전에 동북에 가서 장백산(長白山) 천지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장백산 천지는 화산호수로 호숫물은 아주 맑으나 생명은 없다. 호수 주변에는 화산석으로 된 바닥과 들쑥날쑥한 절벽이 둘러서고 풀이 자라지 못하는 그 바닥과 절벽은 마음껏 드러낸 상처처럼 보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천호보다 훨씬 넓은 장백산 천지의 옛스럽고 심플한 그 모습과 호방하면서도 웅장한 그 기세는 남성적인 것이고 야성적인 것이며, 만 반을 죽어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나이와 같았다! 장백산 천지는 보는 사람들에게 비장함과 숭고한 마음의 감동을 주고 조물주의 야만적인 한 면을 보여주는 호수이다.

하지만 유산 천호는 전혀 다르다. 부드럽고 맑고 현숙하고 겸손한 이 천호에서는 노기란 그림자도 찾아볼수 없다. 이 호수를 보면 언제나 이 호수가 이 곳에서 오래동안 나만을 기다려 온 것처럼 느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더는 이 호수를 버리지 못하게 만든다. 이처럼 정복의 힘을 가진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랑은 산과 바다의 처녀에 속해 속임도 원망도 없이 그 사랑을 얻으면 그 사랑의 귀중함을 알게 한다.

나는 서쪽으로 양관(陽關, Yangguan)을 나가 신강(新疆, Xinjiang) 천산 천지를 보기도 했다. 응고된 듯한 푸른 물, 푸른 뭇 산봉에 둘러쌓인 호수, 아늑한 골짜기, 물에 비낀 나무의 푸름을 보면서 이 곳이야말로 망망한 고비사막에서 보기드문 오아시스라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 요지(瑤池)로도 불리운 이 호수에서 먼 옛날에 서왕모가 뭇 신선을 거느리고 서주(西周, Xizhou)의 왕을 접대했고 그로부터 이 곳에는 신비한 기운까지 감돌게 되었다고 한다. 천산 천지는 신강 소재지 우룸치(烏魯木齊, Wulumuqi)에서 100km밖에 떨어지지 않고 교통이 편리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호숫가에 관광시설들이 꽉 들어차 천지의 자연이 어느 정도 손색이 가는 듯 하다. 조물주가 이 곳 깊은 산속에 만든 이 천지는 원래 깊은 골방의 규수였으나 오늘날은 연지 곤지 찍은, 뭇 사람들앞에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귀부인으로 되었다.

유산 천호는 연지 곤지 찍음에 있어서 과장적이지 않고 적막과 고독을 즐기는 처녀와 같다. 그의 주변에는 떠드는 사람도 없고, 아니, 떠들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고, 발자국도 없고, 아니 발자국이 있다 해도 조심스러운 발자국이고, 인공시설도 없고, 생활 쓰레기도 없이 모두가 원시상태를 유지한다. 그 누구든지 이 곳에 이르면 모두가 자신이 첫 사람으로 이 호수를 발견한줄 안다. 발견은 창조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자극하고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 발견이 가져다 주는 성취감은 질식할 정도로 사람을 흥분시킨다. 때문에 산과 바다를 건너 이 곳에 이르는 모든 사람은 이 곳을 떠나기 싫어한다. 하지만 또한 자신이 가져온 속세의 기운이 이 순수하고 성결한 곳을 더럽힐가 저어해 그 누구도 이 곳에 영원히 머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