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구채구의 설산과 푸른 나무, 흰 물)

나는 어느 늦가을에 처음으로 구채구(九寨溝, Jiuzhaigou)를 찾았다. 때는 베이징(北京, Beijing)인들이 붉고 노란 단풍에 취해 있을 때인데 구채구의 산봉에는 벌써 흰 눈이 가득했다. 구황(九黃, Jiuhuang)공항에서 출발해 감해자(甘海子, Ganhaizi)로 가는데 산길을 꼬불꼬불 올라가는 차창밖으로 흰 눈이 춤추며 날아내렸다.

그 날밤 호텔에서 잠을 자다가 나는 또 이른새벽의 한기에 잠에서 깨기도 했다. 커튼을 걷고 창밖을 보니 하늘에서는 흰 눈이 가끔씩 날아내리고 아침햇빛속으로 붉은 산열매가 더 붉게 빛나고 먼 곳의 산봉은 벌써 흰 옷을 입고 있었지만 가까운 곳에는 여전히 가을빛이 짙었다.

나를 안내해 구채구 골짜기에 들어선 티베트족 청년이 나에게 한 첫 말은 내가 행운아라는 것이었고 두번째 말은 축하를 표시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구채구에 도착한 날은 10여일 내리던 눈비가 그치고 태양이 얼굴을 내민 첫 날이고, 늦 가을 구채구의 경관은 일년 중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을 덧붙였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처음에는 그가 구채구를 홍보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느꼈는데 구채구에 들어서자 정말로 그 말의 함의를 체험하고 정말로 무아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