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구채구 나무의 생명력)

가을날 구채구의 물을 만나고 나니 내 마음속의 탐욕과 근심, 비애, 공포, 기쁨, 우울, 망상 등등이 모두 이 물을 따라 흘러가버려 가벼운 마음만 남은듯 했다.

맑은 물속에서 자라는 나무는 모두 언제든지 건강하고 푸르게 자란다. 수령이 높아 몸을 가누지 못해 물위에 가로 드러누운 고목일지라도 여전히 썩지도 않고 나무의 색채를 잃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티베트족 청년은 구채구의 물에 칼슘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물속의 나무 뿌리를 보호해주어 구채구의 나무들은 언제든지 나무의 활력과 색갈을 잃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구채구 주변의 산봉에 눈이 쌓이면 산봉은 호수와 시냇물, 폭포, 샘물, 담소를 빌어 골짜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토로하는듯 하다. 그 사랑은 혹은 직설적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혹은 소리없이, 혹은 소리높이 전달되는 듯 하다. 이런 사랑은 초목과 꽃에게도 전달되어 인류에 꿈속과 같은 경치를 만들어주고 재난을 초래하는 눈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도 한다. 인류와 초목도 이런 혜택에 보답하고자 인간은 산의 암석질과 산의 모양을 더욱 아끼고 초목은 더욱 울창하게 자라 무성한 초목으로 뭇산을 보호한다. 바로 이런 말없는 조화로 해서 구채구의 물은 더 높은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