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멀리서 본 제홍교)

저 멀리 제홍교가 시야에 들어왔는데 한 순간 황막함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눌러 우리는 한동안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서있었다. 제홍교에 올라서니 지나간 어제가 한 꺼번에 우리에게 다가왔다. 1986년의 홍수가 제갈무후정(諸葛武候亭)과 청(淸, Qing)조 강희(康熙, Kangxi)제가 쓴 무지개 저 기슭에 날아대다는 의미의 "비홍피안(飛虹彼岸)"을 쓸어가버려 보이는 것은 이리저리 널려 있는 돌과 철쇠뿐이다. 하지만 그 돌들에는 어제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 홍수뒤로 한 노인이 다리의 남쪽에 돌 집을 하나 지어놓고 다리를 지켰는데 지금은 그 집에도 사람이 없어 처량함이 우리의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다. 우리의 눈앞에는 다리위를 나는듯 오가는 노인이 나타났고 별빛이 어린 밤 강물을 마주하고 얼후를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노인은 다리를 복구하기 위해 사처로 다니면서 모진 고생을 한 끝에 다리를 다시 복원하고 이 곳을 떠났다. 노인은 떠났지만 그가 강가에 심은 꽃은 오늘도 피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강기슭의 돌을 비집고 솟아나는 샘물은 수많은 과거사를 알고 있어 그 물맛은 머나먼 어제를 보여주는 듯 하다. 강기슭의 고목은 뿌리를 깊숙이 강바닥으로 뻗으며 전에 없는 예리함을 자랑한다. 저 멀리서는 말 발굽소리가 사라졌다가 다시 들려오는 듯 하다. 다리와 고목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그들도 사람처럼 어제를 생각할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