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辉
2020-03-19 15:43:21 출처:cri
편집:宋辉

청국장에 깃든 이야기

김치와 두부를 송송 썰어 넣고 기름이 있는 쇠고기를 함께 넣어 끓인 청국장찌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 마치 행주 삶을 때처럼 퀴퀴한 냄새가 나서 질색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청국장찌개에 맛을 들이면 그 냄새까지도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로 바뀌게 된다.

청국장은 빠르면 하룻밤에라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만들어 먹던 된장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청국장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진 음식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한자로 맑을 청에 누룩 국자를 써서 청국장이라고 하는데 청국장의 제조 과정이 반영된 이름으로 짐작된다. 청국장은 콩으로 메주를 띄워 곰팡이, 효모, 고초균, 젖산균, 유산균 등 다양한 미생물로 복잡하게 발효시키는 된장과 달리 호기성 세균인 고초균이라는 단일 미생물로 발효시킨다. 된장에 비해 제조 과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맑을 청, 누룩 국을 써서 청국장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보는데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옛 문헌에서는 청국장이라는 한자 이름조차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로부터 청국장이라는 이름은 한글 청국장을 한자로 음역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옛날 문헌들에서는 청국장을 주로 전국장이라고 표기한다. 그래서 전국장의 발음이 변해서 청국장이라고 바뀌었다고도 하는데 한자 이름 때문에 전쟁 때 먹던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병사들이 군용 식량으로 가지고 다니던 장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청국장의 ‘청’과 전쟁을 연결 지어 억지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사실 청나라와의 연관설을 뒷받침할만한 기록은 문헌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 때 만들어 먹은 것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는 조선시대 문헌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조선 후기인 19세기 초반의 실학자 이규경은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전국장이라고 부른다”고 하면서 상고할 만한 근거는 없는 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규경보다 두 세대를 앞선 인물로 숙종 때 주로 활약한 김간 역시 “사람들이 콩을 볶아 으깬 후 소금물을 섞어서 끓이는데 이를 전국장이라고 한다. 칠웅전쟁 때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알지 못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칠웅전쟁이 언제 어디에서 벌어진 전쟁을 말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추정하자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일곱 나라가 싸운 칠웅쟁패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원전 3~4세기 무렵으로 전국시대 때 군대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전국장’이 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인데 어쨌든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전쟁 때 만들어 먹던 식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전쟁 때 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이외에도 굳이 관련을 짓자면 전쟁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이규경은 강서인들은 상처를 치료하고 한질에 걸렸을 때 청국장을 끓여 먹는데 먹고 난 후에는 땀이 흐르며 치료가 된다고 했다. 상처를 치료하는데 청국장을 썼다니까 혹시 군인들이 전쟁 때 지니고 다녔기 때문에 생긴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싶지만 역시 상상일 뿐이다. 다만 옛날 문헌에 청국장을 열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는 기록이 자주 보이는데 청국장이 노화 방지를 비롯해 성인병 예병에 좋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들과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청국장에 대한 의문점이 또 하나 있다. 청국장, 즉 전국장이라는 이름이 비교적 늦은 시기에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은 조선시대 숙종 무렵 문헌에서 전국장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물론 청국장은 기원전부터 먹던 장류의 한 종류인 두시라는 된장 종류에 가깝지만 전국장이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중후반에 나타난다.

일본도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일본의 낫토는 조선과 한국을 비롯한 조선민족이 즐겨 먹는 청국장과 비슷한 음식이다. 낫토 역시 전쟁이 일어나자 피난민이 삶고 있던 콩을 짚으로 만든 가마니에 넣어 도망가다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까 그 유래를 전쟁과 관련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것도 14~16세기 무렵인 무로마치시대 때 낫토가 만들어졌다고 하니까 역시 우리가 즐겨 먹는 청국장과 닮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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