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辉
2020-03-26 15:44:41 출처:cri
편집:宋辉

봄 냉이는 인삼보다 명약이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공간이 식탁이다. 특히 봄나물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밥상에서 먼저 알려주는 전령사다. 새콤달콤한 달래무침이나 달래간장으로 밥 한 그릇 뚝딱 비웠을 때, 된장 풀어 끓인 냉잇국을 한 수저 떴을 때, 입 안 가득 퍼지는 냉이 향기에서 우리는 봄을 느낀다. 여기에 쌉쌀한 맛으로 겨우내 텁텁했던 입맛을 신선하게 자극하는 씀바귀까지 더해지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그래서 옛날부터 사람들이 봄나물을 아예 보약이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산채는 일렀으니 봄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본초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 오리라]

조선시대 <농가월령가>에서 2월의 노래에 나오는 구절이다. 달래김치, 냉잇국이 얼마나 입맛을 돋우는지 몸으로 체험해 알기 때문인데 오죽하면 봄나물 캐러 간다는 말 대신에 아예 옛날 동양 의학서에 적힌 약초를 캐 오겠다는 말로 대신했을까?

<동의보감>에 씀바귀는 성질이 차고 맛이 쓰지만 몸의 열기를 제거해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 심신을 편하게 해주며 춘곤증을 물리쳐 노곤한 봄날 정신을 맑게 해준다고 했다. 냉이 역시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좋아 피를 잘 돌게 해주며 간에 좋고 눈이 맑아진다고 했으니 약초나 다름없다.

요즘 봄나물은 온실재배로 사시사철 거의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약이 되는 봄나물은 제철 노지에서 캔 것으로 그중에서도 냉이가 으뜸이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나와 가장 먼저 움이 트는 나물이 냉이이기 때문이다. 옛날 어르신들은 겨울을 넘긴 나물 뿌리는 인삼보다도 명약이라고 했으니 냉이가 보약이 되는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기나긴 겨울 동안 묵은 반찬만 먹다가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냉이무침에 냉이된장국과 냉이된장찌개, 냉이장아찌에 냉이김치, 냉이전까지 신선한 봄나물이 밥상에 올랐왔으니 굳이 따로 보약을 찾아 먹을 이유가 없다.

냉이가 좋기는 좋은가 보다. 고대에 이런저런 이유로 나물만 먹고 산 인물이 있었는데 널리 얄려진 백이숙제 채원정이다.

유명한 백이숙제는 기원전 11세기 무렵, 중국 주나라 때의 전설적인 성인이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황제의 자레에서 몰아내려 하자 신하가 임금을 토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무왕이 반대를 뿌리치고 주왕을 쫓아내자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 곡식 먹기를 거부하며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으며 숨어 살다 결국 굻어 죽었다.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냉이는 성질이 따뜻해 오장을 조화롭게 한다며 중국 송나라 때 채원정이 냉이를 먹고 높은 학문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칭찬했다.

채원정은 공자, 맹자의 뒤를 잇는 유교의 성현인 주자가 존경한 인물이다.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웠음에도 글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서사이라는 곳에 들어가 냉이를 캐어 먹으며 주린 배를 달래가면서 학문을 닦았다. 글을 읽은 후 채원정이 산에서 내려와 명망 높은 주자를 찾아가 제자로 받아주기를 청했다. 주자가 그의 학문을 시험해보고는 학문의 깊이에 매우 놀라 “이런 사람을 제자의 반열에 두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마주 앉아 서로 학문을 논했다고 한다.

고사릴 캐 먹은 백이와 숙제는 굶주려 죽었고 냉이를 먹으며 공부를 한 채원정은 주자도 존경하는 학문의 경지를 이뤘으니 냉이가 보약에 버금가는 봄나물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냉이는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즐겨 먹는 봄나물인데 예전부터 봄을 축하하는 대표 나물이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만두와 춘권은 본래 새해를 축하하고 봄을 맞이할 때 먹는 음식이었다. 당나라 시대에는 만두와 춘권을 빚을 때 소로 냉이를 넣었으니 성질이 따뜻한 봄나물 냉이를 넣어 양기를 보충한다는 뜻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중국 북방에서는 봄이면 냉이를 캐어다 만두와 춘권을 빚는다.

일본에서도 냉이는 봄을 맞으며 먹던 일곱 가지 채소, 즉 칠종채 중 하나였으니 봅을 축하하는 음식에 냉이가 빠져서는 안 되었다. 중한일 삼국에서는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냉이를 먹으며 몸보신을 하고 봄맞이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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