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미쳐야 해 / 결심을 내리고 당장 미쳐버리라구 / 눈부시게 요란한 이 세상을 /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사나…>>
이는 이미전에 출판된 나의 졸작시집에 수록된 시의 한토막이다. 나는 이 시를 내놓고 미친 소리를 친다는 평판을 듣지 않을가 하여 한동안 마음이 썩 개운치 못했다. 그러던차 신문잡지에서 나처럼 미쳐야 한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가끔 나타나기에 괜찮구나 하였다.
지구촌은 확실히 놀라운 발전과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의 주관의식과 욕망과는 관계없이 사회는 이만큼 발전하였고 <<현대>>라는 규정어를 달지 않고서는 세상무대를 자유로이 오르내릴수 없게 되였다. <<현대>>라는 단어속에 스며있는 광 (狂) 적인 인소의 함량을 미처 알지 못했고 그에 대한 예견과 비전이 따르지 못하여 우리는 결국 많은 고배를 마시게 되였다. 현대과학, 현대산업, 현대의식, 현대문명과 같은 신조어의 충격속에서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을수 없으니 말이다.
나도 바로 그런 무리속의 하나로서 물질문명의 비약적인 발전과 돈때문에 끓어 번지는 세상살이를 바라보며 눈부시게 요란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 하게 되였다. 그 결론이 바로 미쳐야 한다는것이다. 도를 벗어난 말같지만 기실 미쳐야 한다는 말은 나의 창조물이 아니다. 인류력사상의 수많은 위인들이 자신의 생명과 행동 으로 미쳐야 성공할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국시인 셀리가 시에 미치지 않았더라면 <<겨울이 왔으니 봄이 어찌 멀었으리오>>라는 명시구를 남기지 못했을것이다. 어려서 부터 미친 아이로 취급되여 대학시절에는 학교에서 추방까지 당한 <<미치광이 셀리>>, 그는 사실 누구보다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였다. <<자본론>>을 쓰다가 걸상에 앉은채 눈을 감은 맑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톤, 저명한 리론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음악대성 베토벤, 추상파그림의 창시자 피카소, 라듐의 발명자 큐리부인… 그들 모두가 명석한 두뇌를 가진 미친 사람들이 아니였던가.
중국에도 그런 사람들이 없는게 아니다. 당승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서천에 가서 경을 가져올수 있었으며 조설근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기한속에서 <<홍루몽>>을 써 낼수 있었으랴. 인조위성의 발사, 핵시험성공과 같은 혁혁한 성과도 모두 미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걸작인바 <<확실히 미치는것은 미친 사람들밖에 모르는 기쁨이 있는것 이다>> ( j . 드라이든 )
이런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문제는 우리 민족공동체내에 이런 사람들이 많지 못한데 있다. 한 로인이 어느 모임의 장소에서 <<우리 민족은 미칠줄 모르는게 탈>>이 라는 아이러니컬한 발언을 하여 청중들로 하여금 짜릿한 감수를 받게 하였다. 그분은 의미심장한 이 한마디로 중국조선족의 치명적인 약점을 꼬집었던것이다.
물론 우리곁에도 미친 사람들이 전혀 없는건 아니다. 다리 하나로 문학의 정상에 오르신 김학철선생님, 학문과 인재배양에 한생을 불태우신 정판룡교수님. 기발로, 정신 적지주로 우리 문단을 리드하시던 이 두분은 아깝게도 이미 이승을 떠나가셨다. 실례가 되는 말이지만 우리는 평범한 일터에서 본직에 충성하며 한생의 심혈을 다 바치는 고상한 정신도 있어야 하겠지만 더우기는 민족공동체의 운명에 관계되는 경제와 문화를 위해 참신한것을 발명, 창조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것이 필자 나름의 소견 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밥이나 먹는 주어진 일상에 안주하여 미칠줄 모르거나 일부는 미치다가 맥이 모자라 물러서고 일부는 미치지 말아야 할데 미치다보니 우리의 미치는 질량이 너무 낮아 못내 아쉬움을 자아내고있다.
일반적인 개념으로서의 미친다는 말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미치면 정신병원 으로 끌려가야 하니 누가 감히 미치기를 소원하겠는가? 내가 말하는 <<미치광이>>는 누드로 거리 한복판을 활개치거나 쓰레기상자에 골을 틀어박고 먹거리를 찾는 그런 미치광이가 아니며 금전에 미치고 녀색에 미치고 권력에 미친 그런 미치광이는 더구나 아니다. 내가 장황하게 늘이는 <<미침>>의 진정한 함의는 선택과 지향의 옳바름을 전제로 한, 그것에 몰두하고 돌파하려는 집념을 뜻하는것이다.
실험실에서 연구에 묻혀있다보니 일로전쟁이 언제 일어나고 언제 끝났는지 몰랐다 는 일본의 한 과학자의 이야기는 결코 웃어버릴 일이 아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집트의 황량한 계곡에 들어가 6년동안이나 땅을 파헤쳐 끝내 고대의 투탕카멘왕묘를 발굴해낸 영국출신의 고고학자 호화드카터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초인적인 불굴의 집념과 끈기로 이미 더는 파낼것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사막에서 인류문화의 수수께끼를 풀어내였고 한 인간의 결심이 도달할수 있는 최극점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주체적인 목표선정과 초인적인 각고로 빚어낸 성공의 열매는 눈물겨운것이다.
우리의 시대와 우리의 민족은 바로 이런 미친 사람들을 수요하고있다. 유능한 인재 가 없거나 적은 민족은 슬픈 민족으로 될수밖에 없다. 가르침에 미친 교육가, 연구에 미친 과학가, 경영관리모색에 미친 기업가, 창작과 표연에 미친 문학예술인들이 많아 야만 우리 민족의 전도가 더욱 밝아질수 있는것이다. 보다 많은 젊은 세대들이 보람 있는 사업에 미칠수 있는 담량과 용력과 슬기를 키운다면 미치는 길에는 기적이 일어 날것이고 우리 민족은 당당한 글로벌속의 한 성원으로 될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노라니 부지중 부끄러운 자신을 보게 된다. 문학을 한다는 내가 여지껏 세인의 심금을 울리는 훌륭한 작품 하나 써내지 못했다는것도 알고보면 이상한 일이 아닌줄 알겠다. 문학을 사치로 알고 문학의 변두리에서 헤맨 자신을 뒤늦게나마 반성하지 않을수 없다. 그래서 나는 부끄러운대로 젊은 문학인들에게 나처럼 살지 말고 눈부시게 요란한 이 세상에 떳떳이 자리매김할수 있도록 문학의 바다에 장렬하게 투신 하라고 권장하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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