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뉴스 라디오 언어 교실 블로그
경제     |    문화/교육    |    관광   |    연예오락    |    올림픽    |    재중코리안
CRI 소개 | 조선어부소개/연락방식 | 주의사항 | 게시판
"컴퓨터고수"
2008-04-11 16:20:52               
cri

장정일

정보시대요, 정보폭발이요, 라는 말들이 나돌기 시작한것은 이삼십년전, 그러니까 퍼그나 오래전의 일이다. 그때의 생각은 기껏해야 정말 그럴까, 아마 그럴테지 뭐, 하는 기대반, 회의반의 정도에 불과했었는데, 근년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강물의 소용돌이속에 지푸라기가 휘말리듯 자신이 정보의 홍수속에 잠겨서야 나는 비로소 그때 그 말이 호사가들의 공연한 호들갑이 아니였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것이다.

편지거래만 보더라도 그렇다. 거의 날마다 이메일교신이 부절하다. 거기에다 인터넷이나 신문,방송에서 날마다 쏟아내는 정보들과 서적이나 사회교제를 통한 정보까지를 두루 합친다면 나는 엄연히 정보의 홍수속에서 허우적거리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정보의 노예로 되기가 십상이고 자칫 정보홍수의 익사체로 변할 소지도 없지 않은 세상을 만난 셈이지만 나는 오늘의 정보시대가 싫지 않다. 자신이 취하기에 달렸으므로 정보과잉은 정보결핍보다 나은것이다.

나는 오히려 막차로나마 정보시대에 살게 된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적어도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여러 이메일친구들과 손쉽게 교감을 나눌수 있다는 작은 편의만으로도 나는 행운스럽다.

나보다 선배인 한 이메일친구가 생각난다. 생면부지의 선배인데도 감히 친구라고? 그렇다. 친구라는 호칭이 불경스러운 호칭일른지는 몰라도 나로서는 그만큼 심정상 가까운 사이라는 얘기로 될것이다.

자신을 그냥 모모할머니라고 밝히는 그분은 고래희의 컴퓨터고수이다. 컴퓨터전문가급인 그분과의 교분은 사실 십여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때 그분이 독자의 신분으로 나의 집에 전화를 걸어오면서부터 다년간 전화로 안부를 전하던 사이이던것이 한걸음 더 발전을 해서 근년의 이메일교신으로 이어진것이다.

늘 겸손하게 대방의 시간을 점할가봐 미안해하고 저어하면서도 자주 문안과 격려의 메시지를 주는 그분은 명절이라도 띄우면 포토메일로 꽃다발이나 화분같은걸 고운 화면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국내외 수려한 명승지 사진묶음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분은 심지어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료까지 보내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될수록 최단시간내에 답장을 드리군 하지만 컴퓨터실력의 현격한 차이때문에 그분과 같이 우아하고 분위기있는 방식으로 답례를 해드리지 못해 죄송할 때가 많다.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년세가 많은 분인데도 어쩌면 그렇게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룰수 있을까? 나는 한동안 의아함을 금하지 못했으나 교신이 잦다보니 차차 그 의문을 풀수가 있었다.

퇴직을 하고난 사람은 대체로 평생공부와 현상태유지라는 갈림길에 서기마련인데 알고보니 그분은 컴퓨터를 통해 평생공부라는 도전적인 길을 택하였던것 같다. 대학을 다니지 못한것이 한이였던 그분은 컴퓨터습득을 통해 현대의 새로운 문맹이 되지 않겠다는 당찬 각오가 있었다. 안방에 앉아 세계일주를 해보자는 결연한 의지였다. 몇초사이에 세계의 그 어디에나 통할수 있고 누구든, 무슨 일이든 검색만 하면 금방 모든것을 귀신같이 알수 있는데 《아직은 눈과 머리가 아프지 않아 고맙고 많은 시간을 이것저것 공부하는데 할애할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는것이 그분의 료량이였다.

1 2
 
좋은글
v "엉덩이사유" 2008-03-26 17:35:52
v 엘리베이터의 풍경 2008-02-22 17:03:17
v 부르기좋은 개똥녀 2008-01-31 19:04:47
v 그만저만, 이만저만 2007-11-30 14:48:50
v [수필] 일편단심 어휘별곡 2007-11-02 17:43:55
이름: 메일주소:
내용:
  리플보기    뉴스 리플보기
매주방송듣기
   
프로그램 편성표
 
 
 
서비스 홈   
 
 
 
 
  © China Radio International.CRI. All Rights Reserved. 16A Shijingshan Road, Beijing, China. 10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