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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의 풍경
2008-02-22 17:03:17               
cri

장정일

몇달전이였다. 내가 봉직하던 언론사 접수실 우편물배분실에 약간한 개혁조처가 이뤄졌다. 퇴직후에도 나는 신문사 일층 우편물배분실에 약장(藥欌)처럼 마련된 해묵은 우편서랍을 통해 우편물을 종전처럼 받아볼수 있었으나 그 조처가 발효된 뒤로는 신문사신관 꼭대기 19층 퇴직자활동실로 올라가 찾아야 했다. 신문사주소를 일관성있게 리용하는게 편리했었는데 재직자와 퇴직자의 우편물분리를 골자로 한 조처는 나의 신문사걸음에 궤도수정이라는 변화를 초래하였다. 일층의 평면행진에서 19층을 향한 수직고공행진으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처음엔 좀 미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층을 오르내리며 적잖은 정체현상을 감내해야 하는데다 퇴직자로서 거의 매일 죄없는 엘리베이터를 공연히 부린다는게 어딘가 미안하기도 했었는데 몇달이 지난 요즘에는 좀 적응력이 생기는것 같기도 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적응정도가 아니라 엘리베이터라는 작은 공간도 꽤나 음미해볼만한 곳이구나 하는 별생각마저 든다.

이전엔 자주 리용하면서도 잘 몰랐는데(사용빈도와 층수 차이일수도) 사실 엘리베이터는 사내외의 다양한 인사들과 만나는 특별한 상봉장이다. 문이 열렸다닫겼다 하는 빈도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마치 공연무대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들락날락하니 엘리베이터에서는 우선 만남의 기쁨, 인사말의 성찬을 만끽할수가 있다.

비록 계획이 없는 갑작스런 만남이고 순간적으로 나누는 인사들이기는 해도 나는 엘리베이터에 감도는 우아한 분위기가 좋다. 동고동락하던 편집부 선후배들의 웃음띤 얼굴이며 그들과 나누는 몇마디 인사며가 그렇다. 심지어 타회사직원이나 모를 손님들과 동승을 하더라도 그들과 주고받는 무언의 친절한 눈인사는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공간에서도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봄날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불시에 만나다보니 인사가 이상하게 나갈 때도 없지 않다. 가령 이런 재미있는 대화가 그렇다ㅡ

《아이구 오랬만이군요, 활동실에 놀러가십니까?》

《아니, 우편물 가지러 가지.》

《아 그래요? 그런 일이라도 할일이 있다면 좋은거죠.》

《할일》? 그렇다. 오래만에 우연한 상봉을 했을 때 중요한건 자귀에 맞는 말인지여부가 아니다. 중요한것은 그것이 대방에 대한 배려가 담긴 호의적인 인사말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럴 때 한번 늘어지게 한가한 사람이 돼보는것도 굉장히 멋있는 일이 아닌가.

엘리베이터는 또한 우발적인 정보교류의 공간이기도 하다. 로임인상을 언제부터 한다든지, 서울에 가봤더니 외국인근로자가 많아졌더라든지, 어느 간부가 조동을 한다든지 하는 자질구레한, 또는 굵직굵직한 소식들이 잠깐새에 원활하게 오가는 곳이 바로 엘리베이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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