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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미향이-2
2009-03-27 1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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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사람에게 주정도 받았으며 돈많은 사람에게 괄세도 받았다오 밤늦은 자동차에 지친몸 담아싣고 뜨거운 두뺨위에 흘린 눈물 진한 것이 기생이냐 》

이 노래를 부른 리화자도 나중에는 술에 젖고 아편에 중독되여 비극의 생을 마감했다. 그 시절 기생들이 돈에 속고 돈에 운 사람이라면 바로 내앞에 머리를 떨구고 서있는 90년대 아가씨는 대체 무슨 사람이냐. 역시 돈에 속고 돈에 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사람인가…

어쩐지 내 마음이 서글퍼졌다. 어서 자리를 뜨고 싶었다.

내가 걸상에서 일어나자 불시에 아가씨가 내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애걸했다.

《선생님 제발 절 도와주세요. 제가 그 짓을 하고 싶어한게 아니예요.》

이때 녀석이 또 꽥 소리질렀다.

《한어로 해!》

나도 녀석을 향해 우리말로 꽥 소리질렀다.

《야 임마, 조선말 하는것도 이땅에서는 자유야!》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 때 무슨 기분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녀석은 두눈이 호동그래졌다.

《방금 무슨 말을 했습니까?》

《너 입다물라고 했다.》

나는 역시 우리말로 말하고는 아가씨한테 말했다.

《그 어떤 피치못할 사정이래도 몸건사만은 잘해. 우리민족을 팔지말고. 잘 기억해둬. 자기구제는 어디까지나 자기가 하는거야.》

그러곤 나는 힝하니 나와버렸다.

《녀자는 새롭게 태여나기를 원한다.》

며칠후 미향한테서 전화가 왔다.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명함장을 잘 건사하지 못해서…》

《알고 있었소?》

《네. 경찰이 왔다갔어요. 죄송해요.》

《죄송할것없고, 그런데 미향인 그 아가씨와 친구요?》

《어렸을 때 한 동네에서 자랐는데…》

《그런 친구들과는 거리를 멀리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명심하겠어요. 마땅한 거처가 없어 잠시 그 애 신세를 진건데 그애가 그런 앤줄 몰랐어요. 고향에 함께 있을 때엔 참 착한 애였는데. 인차 자리를 옮기겠어요. 선생님 지금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용건은?》

《용서도 빌겸 부탁할 일도 있고 해서…》

《용서빌것은 없고 부탁할 일이 있으면 지금 말해보오.》

《새로 나온 〈중화인민공화국 심계법〉 있잖아요. 그걸 우리 글로 번역해 줄수없나요? 번역료는 충분히 드리겠어요.》

《누구의 청탁인데?》

《누구의 청탁이 아니고 제가 한국회사에 들어갈려고 그러는데 〈심계법>에 대해 공부 좀 할려고 그래요. 그런데 전 한어에 약하니까요.》

나의 팬이 공부하겠다는데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수 없었다. 사실말이지 난 지금도 공부를 하겠다는 사람, 지어는 아무책이든 읽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내가 한창 책을 읽을 청춘시절을 헛되게 보냈기 때문이다.

아버지 세대의 사람들은 우리 세대를 보고 타락한 세대라고 했다. 타락한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런저런 근거중 그 하나가 우리 세대가 책을 읽지 않았고 또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는것이였다. 아버지세대 사람들은 공부를 못한 사람이라도 뿌슈낀이나 조기천의 시는 한 두수쯤은 외울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우리 세대는 책을 읽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것이 한창 책을 읽을 나이에 《홍위병》완장을 두루고 《반란에 도리가 있다》고 설치고 다니다가 《빈하중농의 재교육》을 받는답시고 농촌에 가서 호미로 땅을 긁으면서도 제딴에는 지구를 다스린다고 호기를 뽑았고 그러다가 이런저런 기회를 타서 겨우 시내로 들어와 가정을 이루고 보니 청춘시절이 말마따나 속절없이 가버렸으니까.

북경에는 사업하는 내 또래의 친구들이 많다. 그중 사업에 성공한 친구들은 많지만 책을 읽는 친구는 드물다. 한 번은 식당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친구집에 가보니 5성급 호텔방보다 더 화려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죄다 외제였다. 그런데 유독 책장 하나만은 없었다. 책이라곤 쏘파우에 나뒹구는 저질 잡지뿐이였다. 또 한 번은 무역업을 하는 친구집에 가보니 한벽을 전부 차지한 책장에는 사회, 과학, 문학서적은 물론 지어 취미생활에 관한 도서까지도 꽂혀있었다. 그러나 그 책들은 몇만원을 주고 한꺼번에 사온 장식용에 불과했다는 것이 내 마음을 쓰리게 했다.  

아버지 세대의 눈에 우리 세대가 타락한 세대로 비쳤다면 우리 아래 세대는 어떤 모습일가.

언젠가 북경시교에 있는 식당에 들린적 있었는데 우연하게도 웃통을 벗어제치고 술을 마시는 20대 초반의 연변에서 온조선족 청년들을 만나게 되었다. 돈 벌러 무작정 북경으로 온 청년들이였다. 북경에서 그것도 시교에서 동족을 만난다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자연스레 우리는 합석했다. 통성명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청년들의 나서자란 곳이 룡정이라 하니 나는 더욱 반가웠다. 한것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문학생활을 시작한 곳이 바로 룡정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반가워 내가 술잔을 들며 건배를 제의했다.

《윤동주 넋이 깃든 룡정을 위하여 건배!》

술잔을 통쾌하게 비운것까지만은 좋았는데 그 뒤에 저들끼리 하는 말이 기막히다.

《야, 윤동주가 누구야?》

《글쎄…》

《어디서 듣던 이름인데…》

《죽은 사람이 아니야?》

너무 기가막혀 내가 물었다.

《너들 학교 다녔냐?》

대답인즉 고중을 나왔다고 한다.

《고중을 나왔다는 녀석들이 윤동주도 몰라?》

나는 아주 신경질적으로 나왔다.

《어서 옷을 입어!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조선족은 공공장

소에서 웃통을 벗는 일이 없어.》

녀석들은 어정쩡해서 나의 눈치를 보면서 옷을 주어입었다.

《그렇게 머리가 비여가지고 북경에 와서 돈을 벌어보겠다구 천만에. 우선 어디가서 그 빈 머리를 먹물로 채워라.》

녀석들이 잠자코 있다가 내가 식당문을 나설 때 나를 바래는 인사가 《보다보다 별 웃기는 사람 다 보네》였다. 그래 내가 웃기는 사람이라면 너들은 남을 웃길 자격도 없는 녀석들이야. 이렇게 나는 스스로 자신을 위안했다.

미향은 우편으로《중화인민공화국 심계법》을 보내왔다. 나는 번역할 시간이 없어 출판사에 다니는 안해가 번역을 도맡았다. 번역료가 충분히 지불될것이라고 하니 안해는 신이나서 밤을 패며 번역했다. 번역이 끝난후 미리 약속한 장소에서 미향을 만났다.

그날 미향은 내 록음기를 가지고 왔다.

《죄송하지만 전 록음을 하지못했어요. 여러번 시도를 해보았는데 눈물만 나왔지 말이 안나와요.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둘추어봤댔자 채 아물지않은 상처를 아프게 허빌뿐 앞으로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될것같지 않아 전 포기하기로 했어요.》

하긴 그렇다. 집요하게 자신의 과거에 묻혀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과거라는 그늘속에서 시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포기해도 과거 전체는 포기할 수 없는것이다. 그것이 슬픈 과거였던 기분나는 과거였던간

에 과거는 엄연하게 자기 자리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누군가 슬픈 과거가 시궁창이 될 수도 있고 또한 벅찬 현실과 희망찬 래일의 밑거름으로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과거의 그늘에서 나와 새롭게 자기 인생을 설계해 보겠다는 미향에게 조언으로 한마디 했다.

《미향이 이런 말이 있어. 녀자는 언제나 새롭게 태여나기를 원한다. 새롭다는 그 말 다 좋게 리해하면 안돼. 새롭게 태여난다는것은 새로운 변신, 말하자면 탈바꿈이라는 말로도 통하는데 그 새로운 변신이 새로운 타락의 탈바꿈이 되겠는지 아니면 새로운 비약으로 되는 탈바꿈이겠는지는 자신에게 달렸지.》

《선생님 말씀 명심하겠어요. 선생님한테 미리 량해를 구할게 있어요. 번역료를 미처 마련하지 않아 오늘 드릴수 없군요. 죄송해요.》

《거기엔 너무 신경쓰지 말고 열심히 공부나 하라구.》

내가 번역료는 별로 개이치않는다는식으로 나왔지만 사실 그날 안해는 내가 번역료를 가지고 들어오는가 해서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손을 내밀었다.

《뭘 내라는거요?》

나는 짐짓 딴전을 부렸다.

《번역료.》

《번역료는 훗일 주겠다더군.》

《지금 세월에 어디 외상이 있어요. 당신 당해보지 않아 빈손으로 왔어요?》

《믿을 만한 사람이야.》

《또 그 말, 지금 믿을만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범의 코 등의 밥알이라도 뜯어먹는 세상이예요.》

안해가 이런 말을 할만도 하다. 한해전 북경에서 평소 면목이 있는 한 사람이 《중국의 투자환경》이라는 두툼한 책 한권을 가지고 와서 번역해 달라고 했다. 한국의 한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그 사람의 말을 곧이듣고 나와 나의 안해는 근 반달동안 거의 밤을 새워가면서 그 책을 번역했다. 번역원고를 넘기고 반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후에 물어보니 그 출판사가 부도가 나서 없어졌다고 했다. 우리한테 책을 맡긴 그 사람에게 수고비로 얼마간 보상이라도 해야 한다고 안해가 말하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자기도 그 책의 출간을 위해 접대비를 포함해 만원가량 날려보냈다고 했다. 더 어데가서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원고라도 돌려달라고 하니 부도난 출판사의 사장이 한창 도피중이여서 찾을 길 없다고 했다. 그 때 안해는 화병으로 몇일 누워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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