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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미향이-3
2009-03-30 16: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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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쩐지 불쌍한 생각이 들어 내가 공중전화로 미향한테 자초지종을 알렸더니 미향은 칼로 자르듯이 말했다.

《그 사람은 절로 제 무덤을 파는 송장이 다 된 사람이얘요.》

혹독한 말이였다. 그래도 언젠가는 서로 살을 섞으며 지냈던 사람인데…

문뜩 한 스님의 법음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 가지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로우니》

《녀자가 남자에게 원하는 것은…》

미향은 한국으로 시집갔다. 그가 시집가기전 나는 한국령사관앞에서 그를 만났다.

그날 나는 서울에서 열리게 되는 《문인대회》에 참가하려고 비자받으러 한국령사관을 찾아갔다. 령사관앞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국으로 시집가려고 수속밟으러 온 녀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한 5백여명은 될 것 같았다. 나젊은 애숭이 처녀도 있었고 30대, 40대로 보이는 녀성들도 있었다. 시골티가 폭 배인 녀자도 있었고 아주 시체멋을 낸 녀자도 있었다. 대부분 결혼상대인 한국남자를 동반했다. 한국 남자들 거개 모두가 얼굴이 볕에 타서 검실검실하고 주름투성인 40대 시골 사람들이였다. 한국 남자들 대부분이 무표정한채로 서있는 반면에 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껌을 짝짝 씹으며 뭔가 쉴새없이 지껄여대고 있는 30대 녀성들이 모여선 곳으로 나는 다가갔다. 대체 그들이 뭘 그렇게 신이나서 지껄여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야, 니건 어느게야?》

《저기 있잖니. 노란 잠바를 입은 사람. 저 머저리같은게 글쎄 어제 밤 내 방에 들어오겠다는걸 겨우 물리쳤다. 글쎄 아무리 위장 결혼이라도 한 번은 같이 자야 한다는게 아니겠니. 내가 말을 듣지 않으니 서울 가서 보자고 윽윽 벼르드라.》

《서울 가면 넌 영낙없이 먹혔다.》

《먹히긴, 도착하자마자 내빼면 되지. 그런데 니꺼는 어느게야?》

《저기 서 있는 꺽다리다.》

《생긴것부터 싱겁구나.》

《그래도 아주 다정다감하더라. 애 아버지 아니면 한 번 살아도 괜찮을 남자더라.》

《네 남편 왔니?》

《꺽다리곁에 서있지 않니.》

《제 녀편네 내놓으면서 뭐가 저리 신나서 저러니?》

《둘이 형님 동생하는 처지다.》

《야, 넌 진짜 결혼하는거지.》

《그래.》

《어느게야?》

《저기 쭈그리고 앉아있는 사람이다.》

《야 너무 늙었다. 완전히 할아버지구나.》

《그래도 제 나이는 45살이라더라.》

《볼바엔 제 구실도 못하겠구나.》

《말도 말라. 묵을 대로 묵은 총각이여서 그런지 매일 밤을 샐 지경이다.》

《너 복 만났구나.》

낄낄대는 소리에 듣는 사람이 속이 울컥 뒤짚혀질 지경이였다. 기관총이라도 있으면 한배찜 내갈기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여기선 조선족 남자의 체면은 구겨진 감투신세인 것이 아니라 시궁창에 처박힌 신세였다.

처녀가 없어 장가를 못간다는 시골총각들의 딱한 사정을 나는 많이 들어왔다. 어떤 마을에서는 시집, 장가가는 처녀 총각이 없어 몇해째 잔치떡 구경도 못했다고 한다. 또 어떤 마을엔 처녀라곤 정신병에 걸린 처녀 한명밖에 없다고 했다. 도시와 한국에로 녀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힘이 없는 무력하고도 무능한 조선족 남자들이 불쌍했다.

한국령사관앞에 펼쳐진 이 진풍경을 조선족 총각들이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가가 궁금스러워진다. 자책? 한탄? 아니면 격분? 살의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을 죽이고 싶다는 살의를 가지기에 앞서 자기가 죽고 싶을 정도로 자책부터 느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왔는지 미향이가 내앞에 나타났다. 미향이도 수속하러 왔다고 했다.

《한국 사람 그렇게 좋아?》

갑자기 내던지는 반감이 깔린 내 물음에 미향은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다. 물음을 던지고나니 나도 하필이면 왜 그런 물음을 던졌는가고 후회했다. 미향이로선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였다. 그런데 미향은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

《좋아요.》

《뭐가?》

《다른건 몰라도 중국에 사는 조선족 남자들보다 하루를 살아도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고 그 의욕을 불태우는 모습이 좋아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녀자가 남자에게 원하는 것은 돈이나 재물보다도 열심히 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강한 삶의 의욕이얘요. 나의 전 남편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못했어요. 내가 접촉면이 좁아서

그런진 모르지만 후에도 난 조선족 남자들속에서 내가 원하는걸 줄수 있는 그런 남자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나는 조선족 남자로서의 비애를 느꼈다. 하는 일없이 놀음이나 술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사람, 하늘에서 돈비가 내리려

니해서 헛된 공상에 젖어 사는 사람, 벼락맞은 소고기를 노리듯 공것만 탐내는 사람, 사내대장부라고 큰소리나 떵떵 치면서 남자구실이라곤 밤의 그 노릇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 다른 민족한테는 비굴하다가도 동족은 악착스레 긁어대는 사람, 평생을 비굴하게 아첨이나 하면서 눈치밥이나 얻어먹는 사람, 지어 녀편네까지 위장결혼의 제물로 내놓는 사람, 이런 류형의 사내들이 녀자들의 눈에 비쳤다면 녀자들의 실망은 얼마나 컸을가.

《한국에 시집가려고 하는 녀자들을 무턱대고 탓할게 아니얘요. 비록 각자가 목적이 다르고 혹은 수단이 비루하다 하더라도 한가지만은 명확해요. 그녀들은 지금 자기가 처한 현실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그 만족감을 얻으려고 탈출하는거얘요. 말하자면 만족감을 주지못하는 생활의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거얘요. 일종 욕구불만의 해소라고 생각해도 돼요.》

미향의 말에 최서해의 《탈출기》가 생각났다. 도시와 한국에로의 녀성들의 탈출, 그것은 말그대로 현대의 탈출기다. 미향은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나를 찾았다. 그는 돈 3만원을 나한테 맡기면서 정신료양원에 수용되여 있는 전 남편의 뒷바라지를 부탁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한 때는 사랑하며 함께 살아온 사람이니 그냥 모른척하고 갈수 없군요. 그 사람 월병을 좋아해요…》

미향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헤여지면서 미향은 또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미향이가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나는 말없이 미향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미향을 태운 택시가 떠나갔다. 차창을 내리고 나를 향해 손을 젓던 미향이가 소리높혀 말했다.

《선생님 사랑해요…》

그래 고맙다 미향아, 그래도 넌 나를 사랑스런 사람으로 봐주었으니…

《녀자는 어디까지나 사랑으로 빚어졌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자신을 사랑하는 여유가 있어야 사랑을 베풀수 있고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 했던 이 말로 미향에게 주는 축복을 대신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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