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회양요리 중 미나리 무침)
1. 회양(淮揚)요리: 완두와 미나리
양주(揚州, Yangzhou)를 중심으로 하는 회양요리의 연야반에는 반찬 8가지, 찜 4-8가지, 볶음 4-8가지가 오르며 그 밖에 국물있는 음식들도 적지 않다. 반찬으로는 대부분 사전에 만들어놓은 훈제육과 생선절임, 소세지 등이 오르고 이어 찜과 구이와 튀김이 뒤를 잇는다.
회양요리에서 대표적인 설음식으로는 미나리이다. 물이 많은 양주에서 미나리는 특산이고 미나리 줄기의 속이 비었기 때문에 양주인들은 미나리를 먹으면 새해에 만사 형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밖에 회양요리에서 완두싹볶음을 빼놓을수 없다. 현지방언으로 완두의 발음이 평안과 비슷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한 해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면서 완두싹음식을 먹는다.
십전채(十全菜)와 전가복(全家福)도 필수이다. 완벽함을 의미하는 십전채는 당근과 죽순, 건두부, 연근, 냉이, 표고버섯, 콩나물, 목이버섯, 땅콩, 대두 등 열가지 야채를 각자 요리해서 한 그릇에 담는 요리이고 한 가족의 모임을 의미하는 전가복은 생선과 물만두, 고기, 족발 등 온갖 육류로 만든 모듬찜이다.
그밖에도 회양요리의 연야반에는 새해 괴로움을 좇는다는 의미에서 토란을 올리고 새해 큰 부자가 되기 위해 두부를 올린다. 토란과 두부의 발음이 괴로움을 버리고 부자가 된다는 어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광동요리 중 분채)
2. 광동(廣東)요리: 상서로운 의미의 식재
광동요리의 설음식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에는 상서로운 의미가 가미된다. 새우는 즐거움을 뜻하고 굴과 상추는 부자, 생선은 여유를 의미한다.
광동요리의 연야반에서 가장 인기는 분채(盆菜)이다. 대야처럼 큰 그릇에 온갖 식재를 차곡차곡 쌓은 음식인데 돼지고기와 닭고기, 오리고기, 생선, 버섯, 무, 상추 등 상서로운 의미를 가진 식재를 사용한다.
맛과 건강을 위해 육류와 야채를 섞어서 만드는데 모든 식재를 별도로 요리해서 다시 모은다. 가장 바닥에는 무와 상추 등 고기의 맛과 양념을 받아야 하는 야채를 펴고 그 다음으로 온갖 육류를 펴며 가장 윗층에 색상과 모양이 이쁜 식재를 둔다.
(사진설명; 산동요리 중 물만두)
3. 산동(山東)요리: 물만두
산동요리의 연야반은 석달 스무여섯날이 되면 벌써 시작된다. 집집마다 떡을 만들고 만두를 빚는다. 찹쌀로 만든 떡은 새해 더 높이 올라감을 의미하고 초롱같이 빚은 밀가루떡은 새해 풍성한 수확을 뜻한다.
그믐날 산동의 설잔치상에는 커다란 오지냄비가 오른다. 육류와 연근, 미역, 배추, 붕어, 두부, 삼겹살 등 온갖 식재들이 모여 풍부한 맛을 내는 동시에 각자의 맛도 유지한다.
산동요리에도 훈제육이 많다. 훈제육을 설탕과 좁쌀, 엽차 등에 올려 쪄서 쌀과 차의 향이 육류속에 스며들게 한다. 산동의 훈제육은 돼지고기와 족발, 곱창, 등 다양하다.
하지만 산동요리의 설음식 으뜸은 물만두이다. 섣달 그믐날 저녁 한 가족이 모여 앉아 밀가루를 반죽하고 소를 만들어 환담을 하면서 물만두를 빚었다가 밤 12시가 지나면 물만두를 먹는다.
물만두속에는 소와 함께 상서로운 의미를 지니는 물건을 넣는다. 예를 들면 대추는 새해 열심히 일함을 의미하고 밤은 땀을 흘리며 땅콩은 장수를, 돈은 부자를 뜻한다.
(사진설명; 안휘요리 중 훈제육)
4. 안휘(安徽)요리: 훈제육
안휘에서는 섣달 초여드레가 되면 설 준비에 들어가고 새해 2월 초이틀이 되어서야 설을 다 보냈다고 인정한다. 섣달 초여드레가 되면 돼지를 잡아 훈제육을 만들면서 설 준비가 시작된다.
그믐이 다가오면서 집집마다 두부를 앗고 소가 든 새알심 모양의 음식인 원소(元宵)를 빚으면서 설 준비는 마무리에 들어가고 연야반이 형성된다.
안휘요리의 설음식에서 여의계(如意鷄)라고 하는 통닭요리를 빼놓을수 없다. 새해 만사여의를 뜻하는 이 통닭은 닭고기의 원 맛을 살린다. 그리고 안휘요리의 대표인 쏘가리도 이 때는 새해 여유를 의미하며 떳떳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안휘요리에는 전가복이라는 모듬전골이 오른다. 고기완자와 두부, 물만두, 닭고기, 야채 등 온갖 식재로 만든 모듬전골은 냄비채로 식탁에 올라 열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안휘에서는 연야반의 첫 요리로 화기애애해야 돈을 번다는 의미로 두부와 표고버섯, 죽순, 새우, 육류 등으로 만든 중화(中和)요리를 먹고 식사전에는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로 국수를 먹는다.
(사진설명: 절강요리 중 통닭)
5. 절강(浙江)요리: 생선과 육류
절강요리의 연야반은 생선과 육류를 많이 사용한다. 죽순과 콩나물, 절임야채, 목이버섯, 두부, 당근, 냉이 등 온갖 식재로 무친 팔보채(八寶菜)와 통닭, 기름에 튀긴 새우, 거위구이 등 반찬부터 대부분이 육류이다.
요리는 더 말할것도 없다. 구리냄비에 생선과 육류, 곱창, 야채 등을 넣어 끓이는 전골과 절인 생선을 다시 쪄서 만드는 음식, 생선에 죽순과 부추 등 야채를 넣어 볶은 요리, 냉이와 닭고기를 함께 볶는 요리 등 모두가 육류이다.
식사로는 부추와 야채절임, 죽순, 고기, 두부 등으로 소를 만들어 엷게 부친 밀가루떡에 싸서 시루에 찌거나 기름에 튀겨 먹는 춘권(春卷), 찹쌀에 대추와 고구마, 호두, 연근 등 온갖 견과를 넣어 만든 팔보반(八寶飯)를 먹는다.
(사진설명; 사천요리의 가족잔치상)
6. 사천(四川)요리: 가족잔치
사천은 설이 되면 온 도시가 잠자듯 고요하다. 상가는 모두 휴업에 들어가고 도로도 텅 빈 듯 하다.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오손도손 설을 쇠기 때문이다.
섣달에 들어서면 집집마다 훈제육을 만들고 토종닭을 구입하며 땅콩을 튀긴다. 그러다가 섣달 그믐날 점심에는 탕면 한 그릇이나 혼돈자 한 그릇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그믐날 저녁의 연야반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오후 5시가 되면 위패앞에 통닭을 올리고 가문의 어른이 조상들에게 연도보고를 하고 이어 6시부터 가족잔치가 시작된다. 제비둥지와 전복, 샥스핀 등 요리에서부터 시작해 닭고기, 오리고기, 생선 등 식재가 온갖 야채와 함께 조리돼서 식탁에 오른다.
잔치상은 그믐날 밤 12시까지 계속된다. 12시 종소리가 울리면 금방 끓인 원소를 올리고 잔치상에 올랐던 음식을 다시 덥혀서 두번째로 잔치를 치른다.
(사진설명: 호남요리 중 돼지고기요리)
7. 호남(湖南)요리: 돼지고기
호남요리의 연야반에는 커다른 잉어와 돼지고기를 빼놓을수 없다. 호남에서는 설음식을 만들때 사이즈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잉어도 3kg 정도의 크기여야 하고 돼지고기도 돼지 허벅지다리를 통채로 조리한다.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연야반 한 끼에 다 해결할수 없고 새 해에 그 요리를 다시 덥혀서 식탁에 올려 몇 끼에 걸쳐 먹는다. 조리법도 특이하다.
돼지고기를 통채로 간장과 소금, 양념에 담그엇다가 시루에 올려 찐다. 고기가 익으면서 생긴 기름은 고추와 버무려 양념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만든 설음식은 고소하면서도 상큼하게 매워 인기이다.
그밖에 닭고기와 오리고디 등도 최대의 사이즈를 고른다. 닭은 수탉을 취해서 입에 빨간 고추를 물려서 조리하고 생선은 새해의 여유를 위해 그믐날 저녁에 다 먹지 않고 새해까지 꼭 남긴다.
새해 첫날에 호남에서는 떡을 먹는다. 자체로 만든 떡을 엷게 저며서 기름에 노릇노릇 튀겨 설탕에 찍어 먹는다. 호남지역에서도 떡은 해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감을 의미한다.
(사진설명; 복건요리 중 불도장)
8. 복건(福建)요리: 전골
복건에서는 그믐날 설 잔치에 전골을 올린다. 식탁 중앙에 회로위에 얹은 커다란 냄비를 올리고 조상에게 제를 지내면서 공물로 올렸던 식재를 넣어서 익혀 먹는다.
전골에 사용되는 식재선택도 아주 까다롭다. 반드시 여유를 의미하는 생선이 들어가야 되고 장수를 뜻하는 갓과 부추, 길함을 의미하는 무와 닭고기, 공부를 뜻하는 완자가 꼭 들어간다.
모듬 전골과 유사한 복건요리로 불도장을 들수 있다. 샥스핀과 전복, 해삼, 닭고기, 오리고기, 족발, 죽순, 소세지, 조개, 파, 생강 등 온갖 식재를 가지고 만든 모듬찜인데 여러 가지 맛이 모여 풍성한 맛을 이루는 동시에 식재마다 각자의 맛을 유지하기도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