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 제6순환도로 서북구간을 벗어나 몇 킬로미터 북쪽으로 가면 대각사(大覺寺)라는 절이 나온다.
대각사는 요(遼)나라 때에 세워진 사찰로 그 오랜 역사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게다가 사찰이 경치가 빼어난 곳에 있어 수도권에 있는 사찰중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지위를 차지한다.
산에 있는 절이다보니 춘하추동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특히 봄철의 목련화가 일품이고 지금 같은 가을철에는 은행나무 단풍이 가을의 수려함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이 절에 있는 은행나무는 요나라 때에 심어 지금에 이르며 그 수령이 9백년 하고도 수십년 더 된다. 올해는 기온변화가 커서 천년 되는 은행나무왕이 예년보다 조금 앞당겨 관람절정기를 이루었고 이번 주말에는 단풍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노란 단풍잎과 고풍스러운 절의 건축물들이 이루어낸 하모니가 사람들의 찬탄을 자아내고 수십미터 높이 치솟은 은행나무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이 어떤 사연을 속삭이는 듯하다. 가만히 쳐다만 보아도 그 세월의 연륜이 느껴지고 그 연륜이 보여주는 기품이 느껴진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내 심정을 대변한다.
거의 천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강산도 여러번 바뀌었고 사람들도 수없이 거쳐 갔을 것이다. 절은 증축과 개보수를 여러 번 거쳤고 화재로 건물들이 전소된 적도 있었다. 산천초목과 주변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 은행나무는 토양속에 점점 뿌리를 더 깊이 뻗으면서 빗물과 눈석임 그리고 나뭇잎과 햇빛을 자양분으로 한뼘한뼘 자라왔다. 성장통도 있었을 것이고 위기에도 봉착했을 것이나 그 굳건함과 끈기 그리고 뛰어난 적응력으로 모든 걸 이겨내고 높이 25미터, 나무 밑부분 직경이 7.5미터에 달하는 거목으로 자랐다. 그리고 해마다 우리들에게 은행나무 단풍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알려준다.
대각사의 은행나무단풍, 이 몇년간은 연례행사처럼 찾았던 그 계절의 그 단풍이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리라. 그때에는 나에게 어떤 감회를 줄지 궁금하다.
(글/사진: 김동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