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풀이: 종이 지(紙 zhǐ), 위 상(上 shàng), 말씀 담(談 tán), 군사 병(兵 bīng).
◎뜻풀이: 탁상공론.
◎출전: 한(漢) 사마천(司馬遷)『사기•염파인상여열전(史記•簾波藺相如列傳)』
◎유래: 전국시대(戰國時代) 말 조(趙)나라의 명장 조사(趙奢)에게는 조괄(趙括)이라 부르는 아들이 있었다. 조괄은 어려서부터 병법서를 즐겨 읽었으며 다른 사람들과 군사에 대해 말할라치면 전혀 막힘이 없었다. 이를 볼 때마다 그의 어머니는 몹시 흐뭇해 했으나 아버지인 조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이렇게 경고한 적이 있다. “양국간 교전은 국가흥망과 수많은 인명과 관계되는 일이니 반드시 조심 또 조심해야 하오. 허나 조괄은 이를 가볍게 여기고 있으니 만약 그가 조나라의 장군이 되지 않는다면 다행일 것이나 조나라의 장군이 되면 이 나라는 그의 손에서 망하게 될것이오. 그러니 내가 죽은 후에 조괄이 장군으로 되는 것을 어떻게 하나 막아야 하오.”
얼마후 조사가 병으로 죽었다. 진(秦)나라가 이를 알고는 대장 백기(白起)에게 백만대군을 주어 조나라를 공격했다. 이에 조나라 왕이 노장 염파(簾波)에게 40만 대군을 통솔하여 장평(長平)에서 진나라 군을 막게 했다.
지략이 뛰어난 장군인 염파는 진나라의 보급선이 너무 길어 장기전에 약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염파는 조나라 전군에 험준한 지세를 이용하여 수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면서 장기전의 태세를 갖추었다.
두 나라 군대가 장평에서 대치하는 국면이 지속되었고 백기는 별다른 방책이 없었다. 게다가 보급이 점점 부족하게 되자 백기는 불안이 커져갔다. 이때 한 모사가 이간계(離間計)를 제안했다. 이에 백기는 즉시 사람을 조나라에 파견해 늙고 소심한 염파가 진나라를 두려워한 나머지 방어에만 병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만약 조괄을 장군으로 보낸다면 백기는 무서워 도망칠 것이라는 소문을 무성하게 퍼뜨렸다.
조왕이 이 소문을 믿고 조괄을 장군으로 삼아 진나라 군과 싸우도록 했다. 이를 안 조괄의 어머니가 궁에 들어가 왕에게 조사의 말을 전하면서 조괄은 탁상공론에만 능하며 그에게 군사를 맡긴다면 조나라에 큰 화를 불러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왕이 뜻을 꺾지 않으니 조괄의 어머니는 만약 조괄이 패전하게 되면 그 죄를 묻되 가족이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청을 들었고 왕이 이를 허락했다.
이때 와병중이던 상경(上卿) 인상여(藺相如)가 이 소식을 듣고는 즉시 궁에 들어가 조왕에게 재고해 주기를 간곡히 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괄은 그 아비의 병서를 읽기만 했을 뿐 실전에서의 오묘한 사용과 변화는 전혀 모릅니다.(括徒能讀其父書傳,不知合變也)”
조왕이 인상여의 권고를 받아 들이지 않고 염파 대신 조괄을 보내 조나라 군대를 통솔하게 했다.
조괄이 전선에 이르러서는 염파의 군사배치를 개변하고 유능한 부하들을 갈아 치우고는 군사를 이끌고 진나라 군과 정면대결을 진행했다. 이는 바로 백기가 바라던 바였고 결국 조나라 군은 매복에 걸려 40만 대군이 포로로 잡혔다. 대승을 거둔 백기는 조나라의 포로 40만명을 생매장했다. 이는 조나라의 군사력을 크게 약화시켰고 얼마후 진나라의 공격을 받은 조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