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키르기스족은 일부일처제를 시행한다. 과거에는 종교의 영향을 받아 부자들은 여러명의 아내를 두기도 했다. 키르기스족은 남권주의 경향이 크나 여성들이 남성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으며 노인들을 존중한다. 구식 혼인은 봉건매매 성격을 띠어 부모가 도맡기도 했다. 약혼은 지복혼, 유년약혼, 성년 약혼 등 세가지로 나뉜다. 아내를 맞이할 때 예단으로 최소 가축 아홉마리를 준비해야 했다. 통혼은 씨족부락의 제한을 받지 않았으나 직계친지나 근친간 통혼은 엄금되었다. 하지만 고종사촌과 이종사촌간 혼인이 허락되었고 외족과의 통혼도 가능했다.
키르기스족의 약혼풍속은 아주 재미있다. 이들은 흰색을 특히 좋아한다. 흰색이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양떼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남자측은 여자집을 방문할 때 선물과 예물을 말 위에 올려놓고 말머리에 순백의 솜을 꽂아 놓는다. 길을 가다 솜을 머리에 꽂은 말을 보면 약혼하러 가는 길임을 대뜸 알수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남자측이 약혼하러 오면 여자측은 밀가루를 뿌려 축복을 전하며 이는 신랑이 흰 밀가루처럼 결백하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키르기스족의 결혼식은 보통 사흘간 진행되며 예식은 여자 집에서 치른다. 결혼식 첫 날, 신랑의 부모와 친지들이 신랑을 배동해 신부집에 온다. 이때 그들은 산 양 한마리를 끌고 오며 가축과 기타 예물을 갖고 온다. 이때 신랑측은 손에 바줄을 들고 신랑을 천막 앞에 묶어놓으며 신부도 신랑과 함께 묶어둔다. 만일 신랑신부가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화를 내면 혼사가 불길하다고 여긴다. 신랑의 부모나 형제자매가 신부 친지들에게 재삼 간청을 해야 신랑신부는 바줄에서 풀려날 수 있다. 신부측은 신랑측 손님을 잘 접대 한 뒤 ‘챠시뤄챠시더’ 의식을 마련해 기름떡, 각설탕, 과일 사탕을 주머니에 넣어 나무막대기로 천막 천장에 들어 올려 음식이 자유낙하 하도록 하며 이 때면 아이들은 앞다투어 땅에 떨어지는 사탕을 줍는다. 이런 의식은 혼례식이 정식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튿날에는 ‘니카’의식을 가진다. 신랑과 신부가 촌장과 마을 아훙을 모시고 식을 올린다. 아훙이 결혼 증언을 하고 신랑신부는 소금물에 절인 낭이나 기름떡 등을 배불리 먹는 것으로 두 사람이 종신배필을 맺게 됨을 뜻한다. 의식이 끝나면 춤을 추거나 대창을 하거나 시를 읊조리는 등 풍부하고 다채로운 전통오락행사를 가진다. 사흗날에는 신랑이 신부를 집으로 데려가며 이 때 신부는 친정식구들과 울면서 작별한다. 신부측은 옷이나 이불, 기타 생활용품을 혼수로 보낸다.
◎장례:
흑룡강성과 어민현에 거주한 키르기스족을 제외한 모든 키르기스족은 이슬람교의 풍속에 따라 토장이나 속장을 치른다. 토장은 나무관을 사용하지 않으며 속장은 시신을 사흘이상 두지 않는다.
발인시 영구는 이슬람사원이나 평지에 모셔가고 아훙이나 이맘의 주재하에 단체로 망자를 위해 기도한다. 장례식은 예배대전에서 진행하지 못하며 반드시 일출이나 일몰, 정오 이 세개 시간대를 피해야 한다.
장례시에는 친지와 친우들이 모두 참가하며 여성들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두건을 두른다. 또 망자의 자녀들은 복상기간에 머리를 빗지 못하며 과부들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 망자를 묻을 때에는 머리가 북쪽 방향을 향하고 발이 남쪽을 향하며 얼굴은 서쪽을 향하게 한다. 그리고 망자의 아들이나 근친들이 함께 흙을 덮어 올린다. 사망후 3일, 7일, 40일, 70일, 100일, 1돐 제를 올리는데 망자의 생전 거주 천막 앞에 작은 깃발을 꽂고 친우들의 조문을 받는다. 초상이 난 집은 1년 내 혼례나 기타 오락행사를 금기시 한다.
그 외 타청지역과 흑룡강성 부유현의 키르기스족은 라마교나 샤먼교의 교의대로 혼례나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
◎일상예의:
키르기스족은 손님을 반기는 민족이다. 구면이나초면에 관계 없이 집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열정적으로 맞이하며 가장 좋은 음식을 대접한다. 손님상에 양고기를 올릴 때에는 먼저 양꼬리 기름을 권하고 그 다음 갑골과 양머리 고기를 올린다. 특히 양머리 고기는 손님접대에서 최상의 예우다. 손님은 고기를 먹기 전 일부 떠어내어 주인 집 여성과 어린이에게 나누어 준다. 기타 음식을 먹을 때에도 그릇에 담긴 음식을 일부 남겨 주인의 접대가 아주 풍성함을 나타낸다. 그릇의 남겨진 음식은 절대 땅에 버려서는 안되며 손님이 사용한 그릇에 음식이 남겨져도 안된다. 이러한 금기는 회교도 손님들 뿐만 아니라 비 회교도 손님들도 지켜야 할 부분이다.
키르기스족은 또 일상생활에서 서로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기침을 하거나 코를 풀며 하품을 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방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 것으로 간주된다.
키르기스족은 거짓말과 기만, 욕설을 금기시하며 일단 이런 행위가 발견되면 경할시에는 훈시를 듣고 중하면 공분을 자아내거나 심지어 마을에서 쫓겨날수도 있다.
키르기스족은 외출시 ‘ 바람막이 안경’, ‘물 주전자’, ‘ 모피 윗 옷’을 꼭 챙긴다. “아침에는 모피옷을 입고 점심에는 비단 옷을 갈아입으며 저녁에는 화로불 옆에서 수박을 먹는다”란 말이 신강의 지리기후 특색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기타 민족과 마찬가지로 키르기스족은 돼지와 당나귀, 노새 고기를 금식하며 죽은 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는다. 또 동물의 피를 먹지 않고 비회교도가 잡은 동물을 먹지 않는다.
◎원시신앙금기:
키르기스족은 달이나 별에 하소연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키르기스족 선민들은 달과 별이 사람의 생명을 대표한다고 여겨 달과 별에 하소연 하는 것은 죄라고 여긴다. 또 저녁 무렵에 잠들면 요괴가 몸에 달라붙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녁에는 흰 색의 물품을 밖으로 갖고 나가지 못한다. 우유가 흰색이고 그들의 주 식품이기때문에 흰색이 재부나 행운을 대표한다고 여겨 신성시 하기 때문에 밤에 흰색의 물품을 밖으로 갖고 나가면 재부나 행복을 밀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키르기스족은 검은 색을 금기시한다. 검은색이 공포나 재난, 사악함이나 절망을 상징한다고 여겨 장례를 제외한 외 검은색 옷을 입지 않으며 일상생활에서도 검은색을 금기시한다.
또 소금과 음식을 발로 딛는 것을 꺼린다. 이들은 예로부터 소금과 음식을 신성하게 간주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