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아름다운 적감고진)

중국의 유명한 고진(古鎭) 시리즈 중 백여덟 번째는 동서양 문화의 동네 적감(赤坎, Chikan)이다. 적감고진에는 연연 몇 킬로미터를 뻗은 노란색의 건물 기루(騎樓)가 화려한 조각으로 감싸인 로마기둥으로 사람들을 이국땅으로 부른다.

남쪽으로 백족산(百足山)을 업고 품속에 담강(潭江)을 안은 적감은 사백여년전의 청(淸)나라때 형성된 동네이다. 담강의 북쪽 기슭에 붉은 땅이 깔려 있다고 해서 이름이 적감이다.

적감에는 600여채의 기루가 연연 3km를 뻗어 장관을 이루면서 유럽풍토의 거리를 조성한다. 기루는 서양의 건축기법과 광동의 건축기법을 접목한 건물을 말한다.

(사진설명: 적감의 물길과 거리와 건물)

1층의 도로쪽은 빈 공간으로 남겨 사람들이 다닐수 있도록 하고 2층부터 그 위의 베란다 부분에 방을 조성했기 때문에 기루라고 이름한다. 기루는 도로의 공간도 확장하고 습하고 더운 남방의 기후에도 맞는 건물이다.

벽체에는 길함을 뜻하는 중국 전통의 내용이 서양풍으로 입체조각되어 있고 건물풍도 고딕식과 고대 로마식, 바로크식, 이슬람식, 중국 전통식 등 다양하다.

물가에 지어진 기루의 1층 복도 뒤에는 온갖 상품을 경영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어둠의 장막이 내리면 이 거리에는 가격을 흥정하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 마작을 노는 사람들로 벅적거린다.

(사진설명: 적감의 사도씨 도서관)

저녁때가 되면 사람들은 더 많이 거리에 나와 뜨거운 김이 나는 덮밥을 먹고 부채를 흔들며 환담을 나눈다. 밤이 깊어지면 웃통을 벗어던지고 야참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적감에는 교회당과 성당, 애선당(愛善堂), 공복(公福)기념정을 비롯한 문화유적들도 많고 현지 최초의 레스토랑인 화신주루(華新酒樓), 최초의 학당인 강낙서원(康樂書院), 최초의 민간 도서관인 사도씨(司徒氏)도서관과 관족(關族)도서관 등 랜드마크 건물도 적지 않다.

그 중 동서양 접목의 3층 건물로 된 사도씨 도서관은 1923년에 신축되었다. 사도씨 도서관에는 신문과 간행물, 다양한 도서, 서예작품, 사도가문의 사적 등이 있다.

(사진설명: 적감의 일각)

강물을 사이두고 사도씨 도서관과 마주하는 관족도서관은 설립 초기에 벌써 만여책의 장서량을 가졌다. 또한 외국의 간행물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가하면서 독자들에게 정확하고 다채로운 바깥세상을 보여준다.

일명 요화방(耀華坊)이라고도 하는 캐나다촌의 수려한 자연속에는 다양한 모양의 아담한 별장과 웅장한 보루건물들이 모여 있다. 춘여루(春如樓)와 사호루(四毫樓) 등 별장 모두를 재 캐나다 중국인이 지었다고 해서 이름이 캐나다촌이다.

적감에는 조루(碉樓)라고 하는 보루도 많다. 가장 오래된 조루인 영룡루(迎龍樓)는 청나라때 축조되어 산적 및 홍수와의 싸움에서 살아 남으면서 가장 대표적인 보루로 되었다.

(사진설명: 적감의 남루)

3층 건물은 높이가 10m이고 튀어나온 보루의 네 귀퉁이에는 사격용 구멍이 있으며 지붕은 중국 전통식으로 만들고 1층에는 둥근 문을 두었으며 층별로 가운데 거실과 양쪽의 방으로 나뉜다.

5층 높이의 적감남루 외벽에는 지금도 총알구멍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도적을 막기 위해 화교들이 돈을 모아 지은 이 보루는 든든한 시멘트로 지어져 한 사람이 대군을 막을수 있다.

수륙 교통요충지에 위치하고 옥상에 탐조등을 둔 이 건물은 평화시기에는 항해 표지이고 전쟁시기에는 검문소이다. 항일전쟁시기 바로 이 보루에서 사도가문의 7열사가 7일낮 7일밤 일본군을 저격했다.

(사진설명: 아름다운 적감)

조용히 흐르는 맑은 물과 무지개처럼 우아한 다리, 군대처럼 정열해 있는 기루, 독특한 운치의 유럽풍토로 인해 영화인들이 이 곳에 적감 영화 촬영지를 조성했다.

1920년대와 30년대 광동(廣東, Guangdong)을 다시 재현한 이 촬영지는 영화 촬영지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어젯날의 광동을 그리는 관광지로도 부상했다.

(사진설명: 적감고진의 일각)

적감에는 장어덮밥과 적감 오리찜, 오리죽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덮밥이고 덮밥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순두부와 해물로 조리한 해물두부덮밥이다.

광동(廣東, Guangdong)성 담강(湛江, Zhanjiang)에 위치한 적감은 교통이 편리하다. 광주(廣州, Guangzhou) 버스 터미널에서 개평(開平, Kaiping)행 버스를 이용해 개평에 이른 다음 금계(金鷄, Jinji)행 버스를 이용하면 적감에 이를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