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일색의 물과 산)

호수는 바람의 말만 듣는 듯 했다. 바람이 호숫물을 뛰게 하고 호숫물을 춤추게 하고 호숫물을 노래부르게 한다. 튕겨오르는 파도는 구름같고 바위에 부딪치는 물소리는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듯 하다.

놀다 지친 바람이 지나간 뒤 만록호에는 고요한 녹음만이 남아 있다. 이런 평범한 어느날 나는 아름다움과 약속이라도 하듯 이 곳을 찾았다. 푸름은 이 호수의 기본이다. 장마철이 다가와 하늘에서 소낙비가 쏟아져도 만록호는 다른 강물처럼 누런 얼굴을 하지 않고 여전히 푸르게 맑게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