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성균관대 유학동양학원 원장, 유교문화연구소 소장 김성기 교수 인터뷰
기자: 한국의 유가사상 발전사에 대해 얘기해달라.
김성기 교수: 한국의 유학사상 역사는 매우 깊다. 고구려 이후 남아있는 많은 관련된 기록을 볼수 있다. 고려의 최고 교육기관이었던 태학에서 오경박사를 두고 유교를 가르쳤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신라에도 논어 같은 것을 가르친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에도 국자감 등 최고기관을 두고 교육을 했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성균관이란 최고학부, 지방에서는 200여개 향교를 두고 사서오경을 위주로 유교사상을 가르쳤다. 또 고구려 이전의 고조선때에도 한국에서 유학이 많은 발전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기자: 한국에서 유가사상이 널리 전파되고 지금까지 발전해온 원인은 무엇인지?
김성기 교수: 우리는 유교사상을 생활속에, 몸속에 체험으로 구현해온것 같다. 후한서를 보면 동이(東夷)에 관한 기록이 많은데 어진 인(仁)자를 많이 썼고 산해경 같은 기록을 보면 동방 군자지국이라고 써있다. 큰 활을 메고 의관을 정제하고 호양부쟁(互让不争) 즉 양보하기 좋아하고 다투지 않았다는 기록들이 있다. 이런 사상들은 유교의 근원에서부터 한민족과 만났고 한민족의 유전자속에 수천년간 각인되면서 내려온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삶속에서 어른을 대하고 동생, 친구를 대하는 등 모든 생활속의 의식이 유교적이라고 말할수 있다.
기자: 그럼 한국에서는 유가사상이 하나의 종교로 인식되고 있는가?
김성기 교수: 그렇다. 한국에는 7대종단이 있다. 중국의 5대종단에 유교와 천도교를 더 포함시켰다. 유교를 하나의 종교적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은 유교를 종교에 넣지 않고 5대종교로 나눈다. 한국은 유교를 삶속에 종교화해서 실현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기자: 한국에는 기독교신자가 천만명이상, 불교신자가 천만명이상 달한다. 종교가 다양화됐다고 볼수 있다. 또 유교사상도 깊게 침투돼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여러가지 종교사이에 모순이나 대립같은 것은 없는지?
김성기 교수: 아주 좋은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문화를 파악하는 중요한 요점이라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독교신자가 천만명 넘고 불교신자가 천만명정도, 유교는 20만명 전후로 극소수를 차지한다.
그런데 세계종교학자들이 한국의 종교현상을 보고 깜짝 놀란 부분이 있다. 전통종교와 기독교가 만나면 큰 투쟁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살상까지 일어났다. 인도, 인도네시아, 예루살렘 등 세계 곳곳에서 종교전쟁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런 마찰이 상당히 적은 원인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캐나다의 줄리아 칭이란 학자는 한국의 종교현상중에 전통종교와 기독교사이에 뭔가 완충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바로 유교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한국의 기독교인을 그냥 기독교인보다는 유교적 기독교인이라 불러야 되고 불교인도 유교적 불교인으로 불러야 된다는 참 재미있는 지적을 한적이 있다. 한국의 문화적인 특징 자체에서 유교가 가운데 있기 때문에 모든 종교가 융합을 하고 다원적인 사회를 이루는데 상당히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기자: 유가사상은 이미25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도 분명 적용되기 때문에 중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물질적인 추구가 점점 강해지는 반면 정신적인 건강과 정신문명에 대해서는 소홀시되고 있다. 이런 싯점에서 유가사상, 한국에서 말하는 유교사상은 어떤 현대적인 의의가 있는지?
김성기: 이 문제에 대해 세계문명사가, 철학자, 종교학자들이 모두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이후에는 문명의 파편화, 문화의 파편화라 할 정도로 기존의 문명 가치관이 흔들리기도 했다. 예를 들면 물질문명, 마약, 환경파괴,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억압 등이 모든 국가의 두통거리로 등장했다. 우리는 이것을 현대문명의 파편화현상이라고 한다. 이것은 서구 위주의 근대문명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해체되는 싯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공통된 고민이 뭐냐하면 종교적으로나 문명사적으로 혹은 철학적인 문제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문화종합이 필요하다, 어떤것을 우리가 보편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이다). 서구문화, 기독교문화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건 사실인것 같다.
이럴때 그들의 고민은 세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서구문명의 보편적 가치는 모든것을 초자연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너무 신화론적인 세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 또 너무 신중심의 문화였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근대 이후에는 이 문화를 깨뜨리려고 하는 강력한 인간중심주의로 흘러버렸다. 그리고 현대과학에서 기계론적인 세계관이 나왔고 과학지상주의를 내세우는 새로운 철학이 나왔다. 그러다보니 인간은 신도 버리고 자연도 버리고 자연은 정복의 대상으로 전락되고 인간만이 최고의 절대이성을 가진 절대인간의 절대자유라 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창출됐다.
그러나 지금 내가 보기에는 근대 인간성의 최고목표인 절대개인의 절대자유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공동체, 우주의 신비로움과 관계를 단절한 인간은 더이상 고독과 외로움, 쓸쓸함에서 벗어날수 없는 처절한 인간형이 돼버렸다. 그렇게 본다면 새로운 물질문명과 새로운 종교관에 대응할수 있는 가치관을 창출해야 된다. 그럴때 유교는 자연관, 인간관, 우주관 등 면에서 다양한 재해석의 여지를, 무궁무진한 재해석의 여지를 주고 있다고 볼수 있다.
(취재, 편집: 안광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