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박향숙의 오빠가 우리한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고인이 림종시에 친구들을 찾았다는것이였다. 그렇게 문인친구들이 많은데 보고싶다고… 그런데 이 삶을 다투는 시각에 왜 한사람도 자기 곁에 없는가고 한탄하더라는것이였다.

물론 우리한테는 너무나 커다란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친구로서의 그 죄의식감이 우리를 머리 숙이게 하였다.

갑자기 리혜선씨가 쿨쩍이기 시작하였다. 박과 제일 친했던만큼 그 슬픔도 제일 컸으리라!

우리는 위안의 말도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집을 나섰다. 그길로 우리는 다시 술집으로 찾아들었다.

그냥 눈물을 흘리던 리혜선씨는 《오늘만은 정말 한번 실컷 취하고 흐트러지고싶다!》고 말했다.

아마 죽음앞에서 친구들을 그리워했다던 고인의 유언이 가슴을 아프게 했는지도 모른다. 박향숙과 리혜선씨는 둘도 없는 딱친구였다. 같은 문인이고 또 동성으로서 그렇게 가까울수가 있을가 하리만큼 절친한 사이였다. 혜선씨는 박향숙씨가 연길에서 투병중일 때에는 자주 찾아갔었지만 림종시에는 박향숙씨가 명의를 찾아 목단강에 가서 치료받던중이라 찾아가지 못했던것이다. 그런데 박향숙씨는 타향에서 갑자기 병이 악화되여 친구들에게도 미처 알리지 못하고 떠났던것이다.

그래도 리혜선씨는 친구의 림종을 지켜주지 못해서 몹시 가슴이 아팠던 모양이다. 슬픔을 차마 술이 아니고는 달랠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날따라 혜선씨는 정말 술을 많이 들었다. 아니 마구 퍼마셨다고 해야 옳을것이다. 따라주는대로 건배했다.

혜선씨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끊어질줄을 몰랐다.

그러나 한번 실컷 흐트러져보겠다던 혜선씨가 고작해서 통곡하는것으로 멈추고말았다. 너무나 곧게 살아온 그에게 흐트러짐이란 너무나 먼 거리가 있었던것이다.

이렇게 정이 많은 혜선씨이기에 아마 친구의 죽음을 그렇게 슬퍼했는지도 모른다.

항상 얼굴에 웃음을 달고 살아오던 리혜선씨의 얼굴이 이렇게 찌그러지고 눈물투성이가 되여보기는 그때가 아마 처음일것이다.

항상 인상좋게 웃는다고 해서 자기의 주견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다.

한때 문단에서 말밥에 크게 올랐던 글이 있다. 그 글이 우리 장백산잡지에 실렸었는데 성과 중앙에 고발이 되면서 잡지사도 따라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였다. 물론 우리도 작자의 견해를 다 동의하는것은 아니다. 잡지인으로서 작자들의 부동한 의견을 싣는것은 잡지의 의무라고 생각했을뿐이다. 고마운것은 리혜선씨는 그 당시 잡지사의 어려움을 많이 리해해준 작가중의 한사람이다. 산거지구에서 잡지를 꾸리는것이 다른것을 제쳐놓고 너무나 수고가 많다는것이였다.

산거지구에 살고있는 우리한테는 그가 장춘이든 할빈이든 심양이든 북경이든 우리 민족이라면 연변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연변― 이 이름이 바로 우리 민족을 대표하기때문이다.

산거지구에서 타민족이 만약 연변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면 나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

같은 시급에서 보라… 연길은 통화보다 백산보다 지어 사평, 길림보다도 더 멋있고 활기있지 않는가고!

과거에는 연변을 깍쟁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연변사람처럼 마음이 후덥고 통 크게 노는 사람도 없다고 말이다!

나는 자주 기차역에 나가서 손님을 마중하는데 도문에서 오는 차는 묻지 않고도 이내 알수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 장춘까지 오는 차의 손님은 거의다가 검은 옷에 이불짐을 메고 어딘가 촌스럽지만… 도문차에서 내리는 손님은 거의다가 깔끔하게 옷을 입었고 얼굴들이 희고 밝다.

우리라고 연변을 싫어할수가 없다. 작자도 모종 의미에서는 사랑에서 나온 안타까움이 아닐가 생각된다. 물론 지나친 말이 없지는 않으나…

리혜선씨는 보기에는 절대로 남한테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명철보신하면서 살것 같은데 그래도 관건적인 시각에는 주장이 명확한 사람이였다.

한때 나도 많이 힘들었던적이 있다. 사업도 사업이거니와 시시껄렁한 일로 나의 삶이 말이 아니였었다. 그런데 혜선씨는 예전과 똑같이 나를 대해주었다. 사람들은 뒤에서 나를 욕했지만 혜선씨는 한 친구가 초청술자리에서 나를 욕하는 그를 보고 《리선생이 내 친구인이상 친구를 욕하면 나를 욕하는것과 같으니 말을 삼가해달라》고 그를 쏴주고 자리를 차고일어날수 있는 의리있는 녀자였다. 사람들은 뒤에서 쉬쉬거리면서 나를 피한다든가 같이 들떠서 욕을 하는데 리혜선씨는 너무나 자기 주견이 있는 사람이였다.

한국의 어떤 한 시인이 초기에 나를 통해서 연변을 자주 다니게 되였다. 그런데 후에 오해로 해서 나와 반목이 되였는데 어떤 문인들은 분명 나의 잘못이 없는데도 일종 돈의 유혹으로 해서 그와 단짝이 되여 나를 욕하고 나를 몰아부쳤던것이다. 그런데 리혜선씨 역시 그를 따끔하게 말해줄수 있는 그런 녀자였다. 《당신이 말하는 리선생은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중국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것 같은데 시인님 본신이 어떤분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얼마나 현저한 비교인가! 나를 통해서 알고서도 술이나 얻어마시고 돈깨나 받아 쓸수 있다는 조그마한 리익앞에서 과거의 정도 한쪽에 팽겨칠수 있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에 비해 리혜선씨는 인격적으로 얼마나 커다란 차이가 있는가!

이런 례를 들자면 너무나 많고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나와 리혜선씨가 뭐 얼마나 친해서 그런것도 아니다. 일년에 한두번도 만나볼가 말가 하는 형편, 전화도 일년에 한두번밖에 없는 사이! 그러나 우리한테는 편집과 작가, 같은 또래 소설가로서의 이끌림 같은것이 있지 않을가 생각된다.

정말 《기집애!》라고 욕을 해서부터 지금까지 20년동안 손목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친해온 사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나의 필로서는 재간둥이 소설가 리혜선씨와 도고한 인격자의 인간 리혜선씨를 다 써낼수는 없다는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