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을 들어서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은 반드시 지옥문을 마주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아니하던가? 이제 모든것이 만족되였다고 욕망의 문을 잠그어버릴 사람은 아직 세상에 태여나지 않았지만 소망이 할일을 남겨두는 사람은 많을줄 안다. 그들은 완전한 행복다음에 오는것은 불행이기 쉽다는 섭리를 알고있기때문이다. 육체는 숨쉬려하고 정신은 추구하려 하며 욕망은 자꾸 사면팔방으로 팔을 뻗쳐 무엇이든 그러잡으려 하는 인간의 본성을 다스릴줄 알기때문이다.

이런 도리와 등진자만이 모든것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들보다 노상 실망하고 불만을 짓씹으며 풀풀거린다. 살찐 돼지에게는 료리로 될일밖에 안남았는데 말이다. 그런 자들은 마음의 골방에도 커다란 집안에도 가득 채워놓고도 더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소망이 있어야 희망이 숨쉰다. 돈도 재물도 미녀도 다 집안에 가두어 놓고도 희망마저 고무풍선처럼 잔뜩 공기를 채워 벽에 걸어두둔다면 이제 무엇을 더 바라고 살것인가?

욕심은 하늘을 찔러도 정상에 오른다음 어디로 더 오른단 말인가? 달갑지 않더라도 내려야 한다. 저 산에 다시 오르고 싶다면 내려야 한다. 불원이면 남은것은 낭떠러지에로의 자아희생적 진군이 아니면 마음의 문을 노크하는 두려움과 불안뿐이 아니겠는가? 소망이 죄다 없어지는 그 시각부터 파멸은 당신을 향해 히쭉 웃으며 달을박질쳐 올것이다.

일세영달한 사람도 대개 욕망의 문을 닫지 못할 때 죽는다. 그것을 탐욕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탐욕심은 있으되 바보인 사람은 좋은 충고에 짓눌려 죽는다. 바보처럼 죽는다는것은 너무 많은 물욕으로 인해 죽는것이다. 어떤 사람은 수뢰하고 탐오하였기때문에 죽고 어떤 사람은 탐욕과 리기심이 담박하기에 산다. 후자를 흔히 바보라하는데 기실 전자는 물욕때문에 죽었으니 진짜 바보인것이다. 새는 모이에 죽고 사람은 물욕에 죽는다는 속담을 알면서 죽었다면 더구나 구제불능의 바보이다.

분별력이 너무 차해서 죽는자도 바보는 바보이다. 어떤 사람은 너무 령리해서 비명에 죽고 어떤 사람들은 벼슬후의 《지혜》가 없어서 그냥 산다. 그러나 바보처럼 죽어간 사람들은 부지기수이지만 진짜《바보》들은 죽지 않는다. 죽은 정승이 산강아지만 못하다는 속담을 좌우명으로 살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현재의 처지가 최선이 아니래도 만족해하고 자신의 분별력이 시대풍조를 뒤다는것을 알면서도 만족스러워 하기때문에 산다.

관료들속에 이 산에서 저 산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땀을 쥐고 불평불만인 사람들이 흔히 있는데 천성적으로 어리석어서 그런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사에 만족해서 벙글써해 있는 자는 매사에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담박하게 웃을줄 아는 자보다 더 지독한 바보임에는 틀림없다. 층층이 회뢰하고 층층이 수뢰하여 만금부자로부터 억만 부옹이 되려고 고심참담하다 보면 탐욕의 너머에 인간지옥 ㅡ 철창이 있다는것도 까맣게 잊는다.

이를 두고 로자어른께서도《명예와 우리의 몸 어느쪽이 더 친숙한가? 생명과 재물, 어느쪽이 더 소중한가? 얻고 잃고 어느쪽이 더 해로운가? 너무 아끼면 반드시 한때 크게 랑비하게 되며 너무 많이 가지면 크게 잃길마련이다. 지금의 정도에 만족하면 욕되 일이 생기지 않고 지금 처지에 머문다면 처세에 위태롭지 않아 생활이 오래오래 안정하리로다.》라는 고훈을 남기였다.

아마도 명대로 마음편하게 살자면 그만저만이나 이만저만을 무시로 되새기면서 사심이 흑심으로 번져지 않도록 다잡고 소망이 탐욕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게 상책일것 같다. 말뜻은 쉬우나 우리네 인생살이에 보귀한 금언이라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