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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노아의 방주》는 어디에?
2009-05-07 17: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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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20일

요즘은 술 사줄 친구가 없는 모양. 집에 들어오면 텔레비죤을 독차지한다. 드라마나 영화같은건 아예 보지않고 체넬이란 체넬은 죄다 돌려가며 체육경기만 찾는다. 체육경기도 가장 야만스런 경기, 례하면 프로레슬링이라던가 권투라던가 그렇지 않으면 축구. 글 쓰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걸 알기 위해서라도 뉴스같은걸 보아야 하겠지만 그건 다 판에 박은 소리라고 곁눈도 주지 않는다.

글쓰는 모습 본지 오라다. 필을 놓은지 일년은 잘 된것 같다. 언젠가 왜 글을 쓰지않는가고 물으니 뭐 사회가 문단 전체를 타락시켰다나. 그럼 자기는? 소웃다 꾸러기 터질일이다. 남은 그래도 긴 글 짧은 글 줄줄 잘도 써내던데. 그러면 하는 말이 더 기막히다. 《그건 글이 아니라 락서야.》 언제 어떤 명작을 내놓으시려고 그러는지 어쨌든 《대단하신 분》이다. 필을 놓기전 마지막으로 썼다는게 쥐와 고양이가 어떠어떠했다는 시다. 뭐 고양이와 쥐가 동거를 시작했는데 나중엔 고양이가 도리어 쥐에게 제물을 바치면서 아양을 떨더라 그런 내용인것 같다. 예전엔 하늘이 어떻고 태양이 어떻고 대지가 어떻고 어머니가 어떻고 고향이 어떻고 나아가서는 우주가 어떻고 하던 사람이 이제와선 쥐나 고양이만 눈에 보이는 모양이다. 내가 다 억장이 막힌다.

이제는 날 정시도 못한다. 눈길이 마주치면 먼저 피해버린다. 안해를 당당하게 맞바라볼 용기마저도 없어졌으니 볼장을 다본 사람이다. 주눅이 든 사람하고 밖에 나가 바람피우는 사람이 안해의 눈길을 피한단다. 바람 피울 용기나 매너가 있는 량반이라면 그래도 남자로 봐주겠다.

누군가 사내다운 꼴기가 하나도 없고 말다툼할 용기마저 없고 《뼈》도 없고 《피》도 없고 《살》마저도 없는 그런 사람을 무지렁이라고 했다. 진짜 아주 무지렁이가 됐을가…

그런데 이상하다. 평소에 눈에 생기마저 없던 사람이 유독 가장 야만스런 권투경기를 볼때면 눈매가 사나와지고 주먹을 내두르며 흥분한다. 그때만은 사내라고 봐줄만하다. 어떤 땐 두눈에 살기가 내비친다. 그 눈을 보면 소름이 오싹 돋는다.

야망의 눈빛, 아니야. 먹이를 노리는 야수의 눈이랄까…

노아의 방주: 오늘의 화제는 뭘로 잡겠습니까?

사막의 오아시스: 취미생활로 잡아볼까요?

노아의 방주: 좋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러운것은 저는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습니다. 오아시스님은?

사막의 오아시스: 지금까지 취미생활이란건 상상도 못해봤어 요. 정서적 공감을 얻을수 있는 컴퓨터 채팅이 지금와선 나 의 취미생활일지도 모르죠.

노아의 방주: 우리 사이의 채팅, 말하자면 우리의 대화는 이미 취미생활을 벗어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린 분명 새로운 생활공간에서 새로운 생활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혹시 운동 즐기세요?

노아의 방주: 저는 별로인데 경기는 즐겨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남자들은 다 경기를 즐기는가봐요.

노아의 방주: 남자라면 즐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왜서요?

노아의 방주: 경기 자체가 곧 치열한 경쟁입니다. 남성사회도 치열한 경쟁사회입니다. 경쟁이 없으면 남자들의 존재가치 가 상실됩니다. 때문에 남자들은 격렬한 운동, 례하면 축구 나 권투, 레슬링같은 경기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사업에 서 압력을 많이 받거나 감정세계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 이는 남자일수록 격렬한 운동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격렬한 운동을 구경하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좋은 기 회이기 때문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그런데 격렬한 경기를 보면서 크게 흥분하 는것이 스트레스 해소로 된다면 그 흥분이 세상을 의욕적 으로 살아가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에 충전이 되어야 할게 아니겠어요?

노아의 방주: 그렇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그런데 그 때의 흥분으로 그냥 끝나버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더군요.

노아의 방주: 글쎄요. 그러나 흥분할수 있다는 자체가 아직도 경쟁사회에서 경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표시로 된다고 저 는 생각합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남자들은 별종인가봐요…

노아의 방주: 무슨 뜻인지…

사막의 오아시스: 아뇨. 그냥 해보는 말이얘요.

노아의 방주: 사실 남자들은 별종입니다. 남자는 일생에서 4가 지를 추구해야 하는데 그것이 권력, 지위, 재부, 성애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성공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것입니다. 그런데 남성의 비극은 바로 이 네가지 추구를 완성하는 남 자가 아주 드물다는것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더 큰 비 극은 이 네가지 추구를 완성할수 없는것을 번연히 알면서 도 열심히 추구하는 흉내라도 내야 하는것입니다. 이거 뭐 별로 제가 강의하는 것 같습니다. 따분한 얘기죠? 다른 화 제로 바꿔볼까요?

사막의 오아시스: 오늘 별로 몸이 피곤하군요.

노아의 방주: 오늘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사막의 오아시스: 그런건 아니고…

노아의 방주: 까닭없이 기분이 언짢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럴땐 기분전환을 해야 합니다. 제가 우스운 얘기 하나 할까 요?

사막의 오아시스: 경청하고 있어요.

노아의 방주: 쥐 세 마리가 있었습니다. 세 마리 쥐는 서로 뒤 질세라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이 런 자랑 저런 자랑 늘어놓다가 한 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무서운 고양이 있잖아, 난 방금 그 녀석 앞에 있는 고 기를 보란듯이 집어먹고 오는 길이야.》 그러니 다른 한 쥐 가 말했습니다. 《그 고양인 어제 나보고 데이트 한번 하자 고 청을 들었어.》 이말에 또 다른 한 쥐는 길게 하품을 하 면서 말했습니다. 《어, 졸려. 난 어제밤 그 녀석과 온밤을 샜어. 나 지금 또 그 녀석한테 가야해. 그 녀석 덜 만족됐 나봐.》 그러니 다른 쥐들은 입만 딱 벌리더랍니다. 하하 하… 어때요? 재미있죠?

사막의 오아시스: 쥐와 고양이 말만 나오면 저는 역겹기만 해 요.

노아의 방주: ?

사막의 오아시스: 전 그만 나갈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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