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10일
녀자 나이 사십이면 보석에 눈을 뜬다는 말이 있다. 금, 은, 보석으로된 장신구에 무척 신경을 쓸 나이라는 뜻이다. 결혼할 그때는 결혼반지 교환을 모르는 세월이였으니 세월을 탓할만도 하지만 지금까지 반지 하나 없이 살아왔다면 누구나 곧이듣지 않을 것이다. 그게 언제던가, 보석반지 갖출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신세지만 구경이야 못하랴 싶어 보석 장신구를 진렬한 매대앞에서 서성거리는데 한다는 소리.
《뭘 볼게 있어. 여긴 경박한 허영 부리는 아낙네들이나 오는 곳이야.》
마누라 손에 금반지 하나 끼워주지 못할망정 뭐 경박한 허영? 어휴… 할 말 다 했어? 입 쓰겁지 않아?
지난해 내 생일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린다. 고작 데리고 갔다는 것이 랭면집. 랭면 두 그릇에 맥주 한병 시켜놓고 한다는 소리가 생일에 면을 먹으면 장수한다나. 그 뒤의 말이 화가 뒤짚어질 소리.
《모자라면 한 그릇 더 먹어. 오랜만에 30원 땄어.》
50전 내기 마작판에서 30원을 땄으면 그 수준에 하루 꼬박 앉아 놀았다는 얘기다. 퇴직도 안한 사람이 하는 일없이 로인활동실에 죽치고 앉아 마작쪽만 만지는것도 꼴불견인데 그런 판에서 요행 딴 돈으로 내 생일 축하로 몇원밖에 안되는 랭면을 샀다니 분김에 랭면 그릇 엎어놓고 나와버렸다.
래일은 내 생일. 생일 오는 것이 이젠 무섭다. 또 화가 뒤집혀질가바. 지금은 소학교에 다니는 애들도 생일날이면 식당에서 상을 차려 제 또래 친구들을 청한다는데.
차려진 명이라고 그런대로 살아왔는데 왜 요즘 자꾸 비참한 생각만 드는걸가…
노아의 방주: 생일 미리 축하합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
노아의 방주: 제 기억이 틀리진 않겠는데 래일이 생일이지요? 사막의 오아시스: 아니 어떻게 저의 생일을…
노아의 방주: 잊으셨습니까? 언젠가 한번 우리가 생년월일을 따져 운세를 본적이 있지 않습니까.
사막의 오아시스: 기억도 좋으셔라.
노아의 방주: 생일선물 드려도 괜찮겠지요?
사막의 오아시스: 선물까지…
노아의 방주: 며칠전 꽃가게에 들를 일이 있었습니다. 생일선 물로 꽃사러 한 사람이 왔는데 2만원짜리 꽃다발을 주문 하더군요. 2만원짜리 꽃다발이 대체 어떤 꽃들로 묶어질까 싶어 한참 서서 구경했는데 꽃이 전부다 외국산이였습니 다. 외국산 장미 한송이가 500원이더군요. 제가 그 꽃다발 을 주문한 사람이 누군가고 꽃가게 주인한테 물었더니 회 사 사장이라더군요. 그럼 그 비싼 꽃다발을 받을 분은 또 누군가고 했더니 요즘 데뷔한 노래가수라나요. 돈 많은 사 람은 나름대로 그런 값진 선물을 마련하겠지만 저는 또 나름대로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돈 한푼 들이지않은 선물 입니다. 그러나 돈으로 살수 없는것입니다. 받아주십시오.
사막의 오아시스: 뭔데요?
노아의 방주: 육안으로 볼수없는것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
노아의 방주: 저의 마음입니다. 영원한 선물로 드립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고마워요…
노아의 방주: 다이야몬드반지나 목걸이, 값비싼 의상 뭐 그런 선물들이 많지만 제가 드리고싶은것은 마음뿐입니다. 워낙 가진게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사막의 오아시스: 저의 생일날을 기억해 주신것만으로도 감개 무량한데 돈 주고도 못사는 영원한 선물까지 주시니 무어 라고 지금의 심정 표달하기 어렵군요. 뭘로 보답할까요?
노아의 방주: 사랑하는 사이엔 보답이란 단어가 없습니다. 서 로 그냥 주는거지요.
사막의 오아시스: 저도 저의 모든것 그냥 드리겠습니다.
노아의 방주: …
사막의 오아시스: …
노아의 방주: 춤이나 출까요?
사막의 오아시스: 네.
노아의 방주: 좋아하시는 춤곡은 어떤 곡입니까?
사막의 오아시스: 무도장에 가본적이 없어서…
노아의 방주: 저 역시 마찬가집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춤을 청하니까 춤을 아주 즐기는줄 알았어 요.
노아의 방주: 사실 기분 좋으니 해본 말입니다. 전 무도장 출 입도 못해보고 춤곡이 어떤 곡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지금 세월에 무도장 출입을 못해보고 춤곡 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 몇이 있겠어요. 언젠가 저의 친구에 게 무도장 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니까 그 친구가 하 는 말이 세상 헛살았다고 하더군요. 정말 세상 헛산걸까요?
노아의 방주: 그게 아니지요. 하긴 남들이 해보는것을 다 해보 고 향수할것을 다 향수하면서 사는 삶이 어찌보면 충족한 삶이겠지만 향수는 누리지 못했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자세 만 가지면 그 삶 역시 충족한 삶이 아니겠습니까.
사막의 오아시스: 저의 경우를 보면 저는 나 자신의 삶을 산 것이 아니라 남편의 삶과 자식의 삶을 살아주고 있는것같 아요.
노아의 방주: 누군가 이런 말을 한것 같습니다. 《녀인은 남 편을 내조해서 세계와 대화하고 자식을 키우며 미래를 설 계 한다.》
사막의 오아시스: 녀인의 삶은 오로지 남편과 자식을 위한 얽 매인 삶이라는 뜻인가요?
노아의 방주: 딱 그런 뜻은 아니고 녀인의 인생가치를 념두에 두고 한 말인것 같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녀성의 인생가치, 듣기엔 좋은 말인데 저의 경우엔 그것은 어떤 굴레같아요. 말하자면 녀성에게 강요된 그 어떤 의무같은것이라고 할까요.
노아의 방주: 이런 인생상담 자주 하시는 편입니까?
사막의 오아시스: 방주님 내놓고는 대화할 상대가 없어요. 방 주님은요?
노아의 방주: 저 역시 마찬가집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가정에서도요?
노아의 방주: 물론이죠. 지금 《랭전》 상태입니다. 《랭전》 상태에서는 대화가 안 먹힙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랭전은 전쟁을 유발한다더군요.
노아의 방주: 근대 국제관계사를 보니 랭전이 이전처럼 전쟁 을 부르는것이 아니라 화해로 이어지더군요. 타협과 리해, 양보와 신뢰가 랭전을 종식시키는 관건으로 되고 있더군요. 오늘 우리가 너무 거창한 화제를 다룬게 아닙니까?
사막의 오아시스: 글쎄요…
노아의 방주: 재미있는 화제로 바꿀까요?
사막의 오아시스: 그러죠.
노아의 방주: 하루는 부부사이에 서로 자기가 더 잘났다고 말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남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내대 장부는 어디에 내놓으나 당당한 영웅이야.》 그러니 녀자가 받는 말이 《당신이 영웅이라면 나는 미인이야. 똑똑히 알 아둬. 영웅도 미인관만은 넘지못해.》 그래서 남자가 《남 자는 강철이야》…
사막의 오아시스: 《녀자는 용광로. 강철을 녹이는 용광로. 》
노아의 방주: 이 이야길 들으셨군요.
사막의 오아시스: 듣진 못했는데 뻔한 리치가 아니얘요.
노아의 방주: 그럼 제가 남자의 말을 대신하겠습니다. 《남자 는 만리장성이야.》
사막의 오아시스: 《녀자는 맹강녀야. 만리장성도 맹강녀가 한 번 우니 무너졌어.》
노아의 방주: 《남자는 장강이야.》
사막의 오아시스: 《녀자는 바다야. 장강이 제멋대로 어딜 에 돌든간에 나중엔 꼭 내 품으로 흘러들게 돼있어.》
노아의 방주: 《나는 너!》
사막의 오아시스: 《너는 나!》
노아의 방주: 두손 들었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많이 듣던 얘기얘요.
노아의 방주: 마지막 말은 제가 만들어낸겁니다. 《나는 너!》
사막의 오아시스: 마찬가지얘요. 저도 나름대로 응한거예요. 《너는 나!》
노아의 방주: 축배 한잔 들가요?
사막의 오아시스: 뭘 위해서?
노아의 방주: 《나는 너》를 위해!
사막의 오아시스: 좋아요. 《나도 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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