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황혼의 눈의 고향)

황혼의 눈의 고향은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산기슭에 오손도손 모여있는 나무집들에서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져가는 태양이 흰 눈에 옅은 홍조를 던져주고 있었다. 새도 둥지로 돌아오고 닭도 우리를 찾아든다. 개 짖는 소리도 없고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산도 조용하고 나무도 고요하고 집들도 적막하고 높이 걸린 붉은 초롱도 소리없이 빛을 뿜고 있었다. 밥짓는 연기만이 흔들리지 않고 하늘로 곧추 솟아오를뿐이었다. 이 모든 것은 정말로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 그 자체였다.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니 날은 벌써 환하게 밝아 천지가 광막하고 바람이 청량했다. 우리는 오솔길을 따라 마을남쪽의 산에 올랐다. 나지막한 산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 보니 약 백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은 산의 품속에 안겨있고 마을 한 복판으로는 해랑하가 흐르고 있었다. 산과 물이 함께 하고 하늘과 땅이 손을 잡은 이 곳에서 작은 마을은 진주처럼 산과 물, 하늘과 땅사이에 박혀 더 없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