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눈속에 고요한 집과 울바자와...)

마을의 집들은 모두 두터운 눈 이불을 덮고 혹은 창문만 눈이불밖으로 내밀거나 혹은 문만 내밀고 또 혹은 붉은 초롱이나 굴뚝만 보이고 있었다. 태양이 산 등성이에 올라서자 갑자기 거의 모든 굴뚝들에서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개도 짖어대고 닭고 울어대기 시작했다. 눈의 고향이 잠에서 깬 것이다.

눈의 고향은 잠에서 깨도 여전히 고요했다. 다니는 사람도, 뛰노는 개와 닭도 보이지 않았다. 골목을 따라 걸으니 마치 인적없는 세계에 들어선듯 했다. 산발과 강물, 바람을 따라 뻗은 오솔길은 아무런 규칙도 없이 마음대로 가고 있었다. 가끔 역시 마음대로 자리잡은 울바자들이 골목끝의 뜰로 우리를 이끄는데 울바자의 나무말뚝에는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바람에 흰 눈이 붓 모양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