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짐을 나르는 산의 인부)

나는 몸에 무거운 짐을 메고 산을 오르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빈 몸으로 산을 내리면서도 우리는 이렇게 낭패한 모습인데 그들은 이토록 무거운 짐을 메고도 저렇게 숭엄하게 산을 오를수 있다니, 너무 대조적이었다.

우리가 금방 산위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이 바로 저 사람들이 저렇게 운반한 것이었다. 그들은 한 번만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이런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옥황정의 보살들, 태산을 오가는 나그네들은 그 누구도 저들의 수고를 덜어주지 못하리라.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인부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속이 싸 하니 쓰려왔다. 그러면서 천근같던 발걸음이 가벼워져 저도 모르게 한 순간에 산 아래 홍문(洪門)에 이르렀다.

집으로 돌아온 후 많은 사람들이 다리아픔을 호소했다. 나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때마다 짐을 나르는 태산의 인부들이 머리에 떠올랐고 그러면 그 통증이 삽시간에 사라지고 오히려 든든한 행복감이 가슴 가득 스며들곤 했다.

(편집: 이선옥)